군용 무전기를 교체하는 1조3000억원대 방산 수주 건을 둘러싸고 삼성탈레스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법정소송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20년까지 일선 군부대에 음성, 영상, 데이터까지 송수신하는 전술종합정보통신체계(TICN) 구축에 필요한 6개 부문의 우선사업대상자를 다음주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탈레스는 이 중에서 사업 규모가 제일 큰 군용무전기 교체사업(TMMR:전투무선체계)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입찰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방산업계에서 을의 입장인 민간업체가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삼성탈레스가 마지막 카드를 꺼낸 배경은 지난 연말 방위사업청이 TMMR 사업을 심사하면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자사를 제쳐놓고 2위였던 LIG넥스원을 우선사업대상자로 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삼성탈레스는 군부대의 무전기를 교체하는 TMMR 입찰경쟁에서 3000억원 예산절감, 개발기간 1년 단축을 제안해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1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자 선정일을 하루 남겨 놓고 방사청에 제출한 일부 기술인증서(CMMI)가 시효가 지났다는 LIG넥스원 측 민원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뒤집혔다.
문제가 된 CMMI는 카네기멜론대 SW공학연구소(SEI)가 방산업체의 개발역량, 생산성, 프로세스 관리능력을 1∼5 등급으로 평가하는 모델이다. 삼성탈레스는 우수한 수준인 CMMI 4 등급을 받았다고 보고했는데 지난해 10월 접수일 기준으로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 빌미가 됐다. 삼성탈레스는 사소한 실수라면서 CMMI 평가항목 점수를 무효화 또는 감점하는 처분을 예상했지만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방위사업청은 45개 평가항목 중 1개에 불과한 CMMI를 11개 항목에 포함시키더니 삼성탈레스만 다시 점수를 매겼다. 결국 최초 평가에서 2위였던 LIG넥스원은 근소한 차이로 삼성탈레스를 제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탈레스는 방사청이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편파적인 임의조정을 했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삼성탈레스의 한 관계자는 “TMMR 수주는 방산기업으로 미래가 걸린 프로젝트다”면서 “다음달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던지 법정소송을 통해서 끝까지 가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탈레스 입장에서 TICN의 노른자위인 TMMR 사업은 놓칠 수 없는 프로젝트지만 방위사업청의 심기를 건드린 이상 앞으로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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