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IO칼럼 - 지속적인 성공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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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성공은 가능한가 ?

전규배 SK에너지 정보관리실장

SK에너지는 유사한 비즈니스 영역을 갖고 있는 세계적인 정유·화학 기업이나 GE, 도요타처럼 세계 일류기업을 선정하여 각 기업의 현황 및 강·약점을 분석하고 경영시사점을 도출하는 CIG(Competitive Intelligence Group) 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 몇몇 사원과 함께 도요타 연구회를 구성하여 경영현황 분석과 강약점을 도출하고 이를 회사 경영과 연계하는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매혹적이었다. 세계 자동차 1위 매출, 튼튼한 재무구조와 유동성, 렉서스와 프리우스로 대변되는 높은 브랜드 이미지와 기술 수준, 구성원들의 높은 충성심과 원가경쟁력을 갖춘 경영기법, 그리고 모든 책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찬양과 감탄의 나열 등등. 2008년 회계연도의 적자는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위기가 진정되면 더욱 강력한 경쟁력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압도해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씩 도요타를 알아가면 갈수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도요타는 어떠한 경쟁 회사보다도 잘 해왔고 높은 성과를 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성공이 과연 현재부터 미래까지의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없게 되었다.

도요타와 관련하여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에 기반한 책자가 아니라 국내외 경제분야 언론을 중심으로 현재 도요타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내용을 접하면서 그 동안의 성공을 지탱해왔던 많은 부분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의 목소리에 둔감해지고 품질 불만은 계속 커져 가고 특히 도요타의 미래에 대해 내부 구성원이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요타 자체적으로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는 듯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짐 콜린(Jim Collins)의 ‘How the Mighty Fall’의 기업 쇠퇴의 5단계 사이클을 인용하여 도요타가 여러 분야에서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고 시인했다. 특히 현재 5단계 회생불가능 단계의 바로 직전 단계인 4단계에 있어 도요타다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Back to the Basics) 하였다. 그러나 기존에 쌓였던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최근의 대규모 리콜 사태와 소송문제, 도요타 브랜드와 기업 자체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사가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약 80여년의 기업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요타의 경우 많은 역경과 시련을 겪어 가면서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50년대 초에는 재고 누적으로 창업자가 2선으로 후퇴한 적도 있고 석유파동이나 엔고 등 위기상황에서도 특유의 추진력으로 오히려 매출을 늘리고 경쟁력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도요타의 창립 이래 가장 위험한 시기이고 전환점에 서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과거의 위기에서는 해결하여야 할 과제가 명확하였고 참고하여 쫓아가면 되는 대상 기업이 있었던 반면, 지금은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명확하지 않고 이미 세계 1위의 기업으로서 배우고 쫓아갈 대상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즉, 과거의 성공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과거에는 고객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대응하였으나 지금도 그런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 물론 도요타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이나 우량한 재무상태를 활용하여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을 상당 기간 유지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기업 위상의 실추는 피할 수 없고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어쩌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비즈니스 모델의 수명은 30년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과거 20∼30년 전 경영학 책에서 우리가 선망의 대상으로 보고 배우던 많은 기업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사이를 비집고 구글이나 애플 등 몇 년 전에는 잘 모르던 기업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고 지금도 새로운 기업들이 경쟁 대열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분을 내가 몸 담고 있는 IT관점에서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구체적인 실행력을 가지고 사업의 요구사항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IT관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물과 공기처럼 구성원들이 가치를 느끼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할 때 불편을 느끼는 그런 대상이 아닌가 한다.

경영자 관점에서 고민하고 해결방안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처리가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경영정보 제공이다. 또 기업의 경쟁력에 필요한 분석 정보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개편 등의 전사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데 전략적인 스탭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답을 제시하고 해결방향을 찾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IT기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사업이나 경영자의 관점을 가지고 동종 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우수사례를 수용하고 더 나아가 독자적인 모델을 구축하는 매우 원론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요즘 같은 경영환경하에서 유일한 참명제는 ‘모든 것은 항상 변화한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과거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차별적인 아이디어와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싶다.

SK에너지는 2010년의 연구 대상기업으로 구글(Google)을 선정하였다. 왜 정유회사가 사업 연관성도 별로 없는 회사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을 택한 이유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시작됐지만 지금 재생 에너지나 스마트그리드처럼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는 등 여러 분야의 사업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좀 더 상세하게 알고 싶어서다. 2010년 새로운 기업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아가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기다려진다

kpchun@skenerg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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