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지원기관이 의욕적으로 기획한 문화콘텐츠 산업 활성화 프로그램의 지난해 집행 실적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관은 업계 상황을 감안해 재무현황 등 신용도 평가 비중을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출 사례와 판매계약 여부 등 실적을 요구해 업계가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
16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수출보험공사는 지난해 800억원 규모의 문화수출보험 지원 목표를 세웠으나 실제 집행규모는 144억원(10건)으로 5분의 1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12억5000만원을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하며 ‘문화산업완성보증’ 사업을 마련한 수출입은행도 첫해 실적은 한 업체, 1억원에 불과했다. 수출입은행은 구체적 목표를 세우지 않았지만 기술보증기금을 거쳐 출연금의 10배가량을 지원하기로 해 가능한 자금지원규모는 12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에 문화체육관광부도 같은 사업으로 22억3000만원을 출연하기로 하면서 지원가능 금액은 250억원에 육박했다.
이들 기관은 사업 초기 홍보 부족과 업계의 영세함 및 경험 부족을 투자 실적 저조의 배경으로 꼽았다. 수보는 문화수출완성보험 평가지표로 사업성, 신뢰도, 과거실적, 해외 수출 가능성 등 10여가지를 본다. 손지모 수보 글로벌영업팀장은 “수출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지, 없다면 수출계약은 체결돼 있는지를 본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업체가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다”고 말했다.
수은도 문화콘텐츠 산업 특성상 다른 여신 심사와 비교해 재무 등의 평가기준을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판매 계약이 이뤄졌는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을 대부분 확보했는지 등을 고려한다. 이에 따라 많은 문화콘텐츠업체가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자금지원 기준이 너무 높다며 불평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변에서 신청해 자금을 받아봤다는 업체가 거의 없다”며 “이쪽 사정을 모르는 채 기준을 만들어 신청조차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수보는 올해 기존 영화·드라마·게임·공연 이외에 출판과 캐릭터 부문을 추가했지만, 지원규모는 작년 목표보다 크게 떨어진 500억원으로 정했다. 수은은 올해도 목표치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문화부 발표에 따르면 문화산업완성보증사업에 내년까지 100억원 규모를 출연하고 수은도 동일 예산을 출연할 것이라 발표했다. 수보의 추가 출연은 현 자금(보증기준 약 236억원)이 모두 소진돼야 진행될 예정이다.
김준배·권건호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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