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부가 추진하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사업의 주요 평가 기준인 해외 석학 유치 항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최근 1차연도 WCU 평가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이 사업을 추진해온 일부 대학들은 해외 학자의 의무 체류 일수를 1차 평가의 핵심 항목으로 정한 것은 대학별 WCU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학자 체류 기간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 기준과 함께 안정적인 해외 석학 유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과부는 WCU 사업 규정상 교수들이 장기 체류해야 하는 1·2 유형은 최소 4개월, 노벨상 수상자 등을 단기 초빙하는 3유형은 최소 2주일 이상 국내 의무 체류 기간을 정했다. 연구재단이 마련한 WCU 평가항목 및 배점에 의하면 3개 유형 모두 해외 학자 체류 기간을 포함한 ‘해외학자 초빙 및 관리’ 항목을 최다 배점 항목으로 규정했다.
대학들은 WCU의 원래 주요 목적이 연구 역량이 높은 해외 학자를 유치하는 것이지만 체류 일자를 가장 중요 평가 항목으로 배치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WCU 사업에 참여하는 한 대학 연구처장은 “대학별로 WCU 사업의 개시 시점이 다르고 해외 석학 유치를 위한 정주 환경에도 학교별로 큰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체류 일수만을 핵심 항목으로 따진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심지어 연구를 위한 해외 학회 참석 일수 등도 체류 일수에서 제외하는 것은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들은 의무 체류 일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선지급된 인건비를 반납해야 하는 조항도 해외 석학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불만을 표현했다. 연구재단은 월 단위로 체류 일수를 확인한 뒤 일수가 미달되면 선 지급된 인건비를 추후에 돌려받는다.
일부 대학들은 “해외 유명 석학들에게 인건비를 토해 내야 한다는 규정을 전달하자 석학들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대학들의 불만에 대해 임종건 한국연구재단 WCU지원단장은 “WCU 사업 규정상 의무 체류 일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월 단위로 체류 일자를 확인한 뒤 일부 인건비를 돌려받고 있다”며 “국가 사업인 만큼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며 해외 출장 일수 등은 각 학교가 정한 규정을 최대한 먼저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또 WCU 사업의 핵심 목표가 해외 학자 유치라면 해외 석학들의 안정적 국내 정주환경 조성이 시급하지만 이마저도 예산이 적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WCU 1차연도 예산에서 정주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은 직접비의 30%였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 이후 올해는 이 예산이 20%로 줄었다.
홍국선 WCU협의회장(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은 “WCU 사업 예산이 연구·개발비 항목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해외 교수 정주 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해외 우수 학자들을 장기간 국내에 머무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은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황태호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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