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도로주행, 지자체 후속조치 없어 혼란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준비 부족으로 다음 달 시작될 저속 전기차의 도로 주행을 둘러싸고 혼란이 일고 있다.

 1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최고 시속 60㎞ 이내 전기차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령이 다음 달 30일 시행된다. 전기차 업계의 숙원사업인 저속 전기차의 도로주행이 마침내 허용된다.

 하지만, 운전자가 전기차를 몰고 일반도로에 진입할 때 걸림돌이 많다. 개정 법령에 따르면 저속 전기차는 고속도로 및 주요 간선도로를 제외한 제한속도 60㎞ 이하 도로망 중 기초 시·군·구의 장이 해당 경찰서장과 협의해 선정한 구간만 달릴 수 있다.

 문제는 저속 전기차의 주행도로를 확정하고 교통시스템을 정비할 일선 지자체의 움직임이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들어 서초구·강남구 등 25개 구청에 전기차 운행에 대비한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공문을 여러 번 보냈지만 반응이 신통찮다. 서초구 교통행정과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주행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태로 다음 달 저속 전기차의 일반 판매가 시작되면 도로에 나서는 순간 불법 주행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는 전기차 주행도로를 선정했지만 행정 준비가 덜된 강북 지역으로 넘어가면 범칙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다. 전기차를 위한 도로구간, 교통표지판, 단속기준 등이 미흡한 상태에서 저속 전기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지자체의 후속조치가 없을 때는 전기차 소유자가 운행 희망 구역을 지자체에 요청해서 운행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자동차를 먼저 산 후 도로주행을 허락받는 고객이 있을지 의문이다. 일선 지자체들의 답답한 행보와 별개로 전기차 업계는 저속 전기차량을 판매할 채비를 갖췄다.

 CT&T는 2인승 전기차 ‘이존’의 안전성 테스트를 끝내는 다음 달 10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을 방침이다. 판매가격은 옵션, 세금을 포함해 1650만원으로 준중형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CT&T는 고객의 안전을 위해 저속 전기차의 주행경로를 알려주는 EV전용 내비게이션을 개발했지만 전기차 운행구간을 확정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어 후속작업을 못하고 있다. 김호철 CT&T 이사는 “고객이 전기차를 구매하고도 행정상 문제로 기동성에 제한을 받으면 정말 곤란하다. 일선 지자체들이 전기차 주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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