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는 키가 작아질 것이다? 요즘처럼 좋은 환경에서 먹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주장일지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할아버지 세대보다 부모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아이들 세대가 키도 크고 건장하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의 학술논문집(PNAS)에 실린 한 편이 논문이 상식 밖의 주장을 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논문의 제목은 ‘자연선택설의 현세대 적용(Natural Selection in a Contemporary Human Population).’
예일대 진화생물학자, 펜실베니아대 인구연구학자와 보스턴대 신경과학자는 공동 연구과제로 자연선택설이 여전히 유효한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들은 미국 뉴잉글랜드 프랭밍험 심장연구센터에서 1948년부터 2008년까지 관리한 여성들을 두 세대에 걸쳐 추적조사하면서 이들에게서 태어날 아이들의 발달 상태를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이 여성들에게서 태어날 미래세대는 현세대보다 키가 작고, 뚱뚱하며, 저 콜레스테롤과 낮은 수축기혈압 증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됐다. 또 이들 미래세대는 현세대보다 첫 아이를 갖는 시기가 빨라질 것이며, 가임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세대의 특성과는 다른 것으로 연구팀은 실험 여성들이 자연선택설의 영향을 받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즉 미래세대는 이전세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생존을 모색하는 셈이다.
주위 환경에 적합한, 좀 더 우수한 형질을 갖춘 종류만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설에 대해 한편에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을 예로 들면서 자연선택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대꾸한다. 여기엔 인류가 끊임없이 진화해 자연의 법칙에 거슬러 인간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낙관론이 깔려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인간은 완벽하게 자연을 다스리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살고 싶은 욕망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못하는 존재다. 그러나 자연선택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연구팀의 논문은 이러한 낙관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물론 미래세대 특징은 자연선택설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경제, 사회, 기술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설을 주장하는 이 연구는 한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미래세대의 번영은 미래세대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다. 자원고갈, 환경파괴, 핵무기 확산 등 위험천만의 세계에서는 선진국보다 후진국이,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위험요인에 더 많이 노출되고 그에 따라 이들의 생존율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에 대한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보고, 그에 따라 현세대가 담당해야 할 일을 정해보자는 일각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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