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상한 `나로호 발사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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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월에 걸친 나로호 위성궤도 진입 실패 원인 조사가 종료됐다. 최종적으로 2가지 원인을 찾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2차 발사의 성공과 더불어 한·러 실패조사위원회(FRB)에서의 공짜 추가 재발사 문제가 불씨로 남았다.

 한·러 FRB의 주요 임무는 나로호 1차 발사가 최종적으로 ‘실패인지 성공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실패’라고 판명이 되면 우리나라는 5∼6월로 예정된 2차 발사 외에 추가 비용없이 나로호를 한 번 더 쏘아올릴 수 있다.

 8일 최종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 재발사에 대한 한·러 간 계약서 규정이 논란거리로 부각됐다. 항우연과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서 상에는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면 이를 미션 실패로 규정하고 우리나라가 러시아 측에 추가 재발사를 공짜로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됐다.

 이 논리대로라면 나로호는 1차 발사때 위성 궤도에 정상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명확히 임무에 실패했다. 재발사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그런데 항우연에 의하면 “우리가 요구는 할 수 있지만 이를 러시아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서 조항이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는 나로호 1차 발사를 ‘실패’라고 내부적으로 결론 내린 데 비해 러시아는 그들이 담당했던 1단 로켓에는 전혀 하자가 없는 만큼 ‘성공’이라고 주장한다는 설명이다. 한·러 양측의 해석이 다른 만큼 향후 ‘실패 또는 성공’을 판가름하는데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됐다.

 교과부와 항우연 담당자들은 나로호 취재 과정에서‘FRB’와 ‘재발사’를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해왔다. “2차 발사 성공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이라는 설명도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한·러간 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상황에서 FRB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하려고만 드는 태도는 왠지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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