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경제가 침체되면 IT예산을 삭감하고 가용성, 보안,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춰 투자를 집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은 고성과(High Performance) 달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경기 침체를 겪는 가운데서도 과감하게 IT에 투자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는 큰 차이가 발생했으며 이러한 차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더 뚜렷해질 것이다.
#위기가 끝나면 빛을 발하는 과감한 IT투자
CIO가 IT예산을 대폭 삭감했을 때 당장 회사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 IT예산 중 상당부분이 고정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줄어든 IT예산은 고정비를 절감하기보다는 신규 IT프로젝트 추진을 미루게 만든다. 이제 IT가 신규 서비스나 신제품 개발에 반드시 수반돼야 할 요소로 부상했다. 따라서 신규 IT프로젝트 지연은 신제품 출시를 방해, 시장 대응이 그만큼 늦어져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CIO가 기업 혁신을 주도할 것을 요구받는 현 시점에서 IT예산의 무조건적인 삭감은 CIO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 동안에는 이러한 변화가 크게 부각되지 않으나 침체가 끝나고 기업들이 앞다퉈 공격적인 경영에 돌입할 때, 꾸준히 IT에 투자하며 시장 대응력을 갖춘 기업과 무조건적인 IT예산 절감에 매달린 기업은 출발부터가 다르다. 후자의 기업들은 기업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지원할 만한 IT자원이 부족할 뿐 아니라 IT 시스템 운용 업무에 급급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IT시스템 자원을 보강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경기 침체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침체의 구름이 걷힐 것이며 그 기간 동안 준비가 필요하다. 침체의 늪을 무사히 건너기 전에 이미 재도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점이 바로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이며 CIO가 CEO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업의 경영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IT잡지인 CIO 매거진은 2009년 초 IT부서장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신규 프로젝트에 할당한 IT예산의 상당부분이 삭감됐다고 보고했다. 거의 절반 정도의 신규 IT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관련 IT예산이 취소됐다. CIO들은 성장하는 시장의 신규 수요를 지원할 여력이 거의 없으며 현업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예산을 조정하게 됐다.
CIO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IT프로젝트가 일반적으로 예측된 투자 주기가 있다는 것이다. IT 투자 금액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보류된 IT투자는 전체 기업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업계의 IT 투자 주기를 무시하고, 시행보류를 통해 절약된 IT투자는 결국 3∼4년 안에 더 많은 IT예산을 필요로 하게 된다. 따라서 무엇이 더 비용 효율적인지는 장기를 내다보며 결정해야지 당장 그 해의 IT예산만을 줄였다고 해서 IT예산을 절감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네트워크장비 기업 시스코시스템스의 레베카 자코비 CIO와 헬스케어 기업 벡스터의 카레난 테럴 CIO의 말을 인용하자면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을 개발한다는 것은 IT예산의 덫”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잔디 깎는 기계의 비용을 줄이려면 사람이 직접 잔디를 깎으면 된다는 논리와 같다. CIO는 기업의 가치 증진을 위해 필요한 IT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거기에 IT투자의 우선순위를 둘 줄 아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자코비와 테럴은 CIO가 변화를 주도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가치를 만들고 돈을 벌어 기업의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CIO는 IT에 대한 시각과 함께 기업 전체와 시장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자코비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간이 IT역할을 끌어올리기에 이상적인 시기다. 자코비는 “IT가 불필요한 자원을 정비하는 데에만 쓰인다면 아주 큰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CIO들이 더 활기 있게 기업의 향상과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럴 역시 “IT 비용 절감에만 목을 맨다면 정말 중요한 것을 잊는 것”이라며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IT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기업은 비용뿐 아니라 시간의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데 시기를 놓치면 경쟁에서 영영 뒤처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기술은 IP텔레포니에서 모바일 컴퓨팅과 소셜 네트워킹에 이르는 가치에 IT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 변화를 보여준다. 자코비는 “시스코의 텔레프리전스 가상 회의를 사용하면 출장비를 줄이고 회의 참석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텔레프리전스 가상 회의는 최대 30%까지 고객 방문수를 증대시킬 수 있다. 시스코 IT부서는 방문자 수가 3배까지 늘어났음을 확인했으며 이는 시스코의 고객관계 관리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동시에 현재 현업 관리자들은 그들의 전임자보다 IT의 공헌을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기술관련 협업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IT부서와 현업 간의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해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를 결정하라
IT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는 CIO들 스스로 동의할 것이다. 지난 2009년 4월 액센츄어가 개최한 CIO 회의(Council)에서 많은 CIO들이 다음의 7가지 행동 지침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첫째, 생명력 질긴 다년생 식물처럼 움직여야 한다. 다년생 식물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쉽게 생명을 다하지 않는다. 기업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기회는 경제 주기에 상관없이 어디든 존재하게 마련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플랫폼 및 네트워크가 하나의 버전으로 작동되도록 IT를 단순화시켜왔다. 현재의 IT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만약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빨리 채워 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업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무조건적인 긴축 재정보다는 중복 시스템을 없애고 운영을 효율화해야 한다. 예산을 수립할 때 가치 증대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회다 싶을 때는 재빨리 시도해야 한다. 경기 침체가 오히려 차별화된 결정을 내리기 쉬울 수 있다. 이것은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아웃소싱이나 구조조정을 위한 IT는 사실 논의할 주제나 핵심에서 벗어난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가장 빠르게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둘 프로세스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프로세스가 결과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벡스터의 CIO 테럴은 기업의 IT프로젝트가 경영 효율을 주도하는지를 기준에 따라 구분해 효율을 끌어올릴 핵심 분야가 무엇인지를 골라낸다. 핵심에 대해서는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비즈니스 또는 사람의 한 부분으로 IT를 바라보고 결정을 내린다. 이미 비용을 최적화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 아닌 비즈니스 가치를 주도할 최고점에 ‘핵심 분야’를 얹어야 한다는 것이다. 테럴은 최근 의료 장비 부서가 무선 프로토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당 부서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전에 이 부서는 엔지니어들의 IT요구만을 지원하던 부서였으나 이제는 새로운 사업분야를 주도하게 됐다.
셋째, 운영 경비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추가하는 신기술을 배치해야 한다. 가상화 기술은 바로 당장 비용을 줄이고 무형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고객 접촉 횟수를 빠르게 증가시키며 주주들과의 네트워크도 더욱 긴밀하게 해준다. 가상화 기술은 기업 전체를 ‘그린’으로 무장시키는데도 기여한다. 탄소 소모량을 줄이고 세계적인 규제를 준수하게 해주기도 한다.
넷째, IT 자체 운영비를 줄이는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가상화 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대로 활용하면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 모두와 관련된 운영비를 줄이고 IT예산을 재배치해 조금 더 중요한 분야에 투자하도록 해줄 것이다.
다섯째, 비즈니스와의 연결 끈을 가지고 현업을 이해해야 한다. 자코비와 테럴은 직접 CEO에게 업무를 보고한다. 이는 CEO 이외에 다른 임원들의 신뢰를 얻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최선책이다.
자코비는 “존 체임버스 CEO에게 말할 때 우리가 사업의 성장 전략을 어떻게 실현할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당 분야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고 각 임원에게 책임을 두게 해 다른 임원들을 동참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자코비의 경우 CEO 이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자주 만나 대화한다. 자코비는 “CFO가 전략을 이해하지 않으면 예산 수립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여섯째, IT 담당자들의 역량을 벤치마킹하고 강화해야 한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뛰어난 사람들로 대체하고 덜 취약한 직원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IT 직원 전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신기술을 배워 뒤처지지 않도록 독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협력사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해야 한다. 기업은 오랫동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들과 협력해 왔다. IT 프로젝트의 성공은 이들과의 관계에서 좌우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백스터를 대신해 상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데 둘 사이의 신뢰가 없다면 만족할 만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CIO들은 IT투자를 위해 무엇이 더 긴급하며 더 절실한 지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CIO가 당장 비용 절감에만 연연해 기업의 현상 유지만을 생각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제 CIO에게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나 절감이 아닌 3∼4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며 이를 다른 경영진과 공유하고 전사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게을리하지 않아야 고성과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인석 액센츄어 TGP 상무 in-suk.chung@accen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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