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 2009년부터 협력사와 물류조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전자태그(RFID) 적용 범위를 확대해왔다. 지난해 9월까지 아산공장과 49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1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한 데 이어 올 8월 완료를 목표로 울산공장과 70여개 협력업체로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식경제부의 IT혁신네트워크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현대차 RFID 프로젝트의 제일 큰 목표는 현대차와 협력업체 사이에 오가는 부품 물류 정보를 서로가 손쉽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차 정보화정책팀의 김영욱 차장은 “조달물류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다 RFID를 통해 재고도 줄이고 물류의 흐름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물류 동선부터 물류센터 내 재고, 공장내 재고까지 RFID를 통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정보시스템 환경이 열악한 협력업체들을 위한 셰어드서비스 기반 ‘공통응용시스템’을 지난해 8월부터 가동했다. 현대차와 협력업체가 RFID가 부착된 부품의 물류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차장은 “정보화 수준이 낮은 협력업체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는 부품 출고할 때 박스 단위에 RFID 태그를 부착하고 있다. 또 화물 차량에도 RFID를 부착한다. 부품 출고시 협력업체 직원이 RFID 리더기를 통해 태그를 읽는 동시에 이후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통응용시스템에 표시된다. 이렇게 RFID 태그가 붙은 부품 상자는 차량에 적재돼 물류센터로 혹은 아산공장으로 이동한다.
물류센터에 차량이 들어오면 RFID 리더기를 통해 어느 업체가 물건을 가져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아산공장에 도착한 차량에도 RFID가 붙어 있어 차량이 정문을 통과하자 마자 어느 협력사의 차량이 공장에 들어왔는지 인식한다. RFID 태그가 붙은 박스를 통해 어느 업체가 몇 개의 박스를 가져왔는지 까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자사의 텔레매틱스 기술인 ‘모젠(Mozen)’ 서비스를 RFID와 연계했다. 내비게이션 단말기에 텔레매틱스 애플리케이션을 탑재시키고 차량마다 설치해 차량의 이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차장은 “차량의 위치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도착 및 작업 가능 시간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가 리더기로 RFID가 붙은 박스들을 읽는 즉시 운전석 앞 단말기에 관련 정보가 나타난다. 따라서 기사는 작업지시서와 빠르게 비교해가면서 물건이 빠짐없이 실렸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기사가 해당 내역을 정확히 비교 확인 후 터치스크린으로 ‘출발’ 버튼을 누르면 그 순간부터 차량의 위치정보가 인식된다. 이 모든 물류 정보는 의왕 연구소에 소재한 모젠센터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렇듯 텔레매틱스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물류 거리를 단축하고 탄소 배출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모든 재고와 이동 물량에 대한 파악을 수기로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수량에 오차가 발생하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RFID를 적용하면서 부품 박스의 수량을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점이 제일 큰 효과 중 하나다. 또 아산과 울산 공장의 일부 생산공정에도 RFID를 적용해 생산공정 상에서 부품 재고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얻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협력업체의 부품 재고관리 업무가 수작업으로 1∼2일 정도 걸렸지만 RFID 프로젝트를 통해 이 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출하와 상차관리 시간도 20분 이상 단축됐다. RFID를 적용된 협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회사당 평균 약 1억 원 이상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체 구매협업 포털인 바츠(Vaatz) 시스템 내 파트너시스템과 RFID 공통응용시스템을 미들웨어 서버를 통해 연계했다. 이 파트너 시스템으로 현대차의 자재소요계획(MRP)을 협력사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협력업체 담당자가 일일이 관련 정보를 다운받아 직접 자사 시스템에 올렸는데, 이제는 공통응용시스템에만 접속하면 곧바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통응용시스템으로 협력업체들은 자사의 영업, 생산, 자재, 물류 관리를 할 수 있으며, 1차 협력사의 부품운송관리 및 창고 관리, 1차 협력사와 2차협력사간 표준화된 데이터 인터페이스 기능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차장은 “서로 다른 환경의 협력업체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정보공유 환경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는 협력사들도 막상 분담금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실제 참여를 주저하기도 했다. 구축과 운영을 위한 인력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관련 전문 인력 투입과 수시 교육을 통해 설치와 운영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했다.
현대차는 현재 RFID 적용 범위를 공장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향후 모든 협력업체의 차량에 RFID 태그를 부착하도록 하고 RFID를 통해 차량의 입출고 현황을 관리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완성차 판매 이후의 사후서비스(AS) 부문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향후에는 공통응용시스템을 자동차 산업의 표준 공통시스템으로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김 차장은 “한 협력업체가 여러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할 경우 편리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허브를 만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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