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 은행장과 임원 등 경영진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비등기 임원의 선임과 해임 때 이사회 결의나 보고를 거치도록 주문했다.
능력 있고 전문성 있는 임원 후보를 미리 육성해 신임 경영진 인선 때 인물난을 겪지 않도록 하고 은행장의 독선적인 임원 인사를 제어하자는 취지이다.
이런 내용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들에 내려 보낸 ‘은행권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에 담긴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은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도록 실효성 있고 체계적인 경영진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해야 한다.
또 경영진 임기를 최초 선임 때 2년 이상으로 하고 등기임원을 제외한 경영진(주로 부행장)의 선임과 해임 때 이사회 결의를 거치거나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경영진 임면을 위한 평가기준과 절차, 해임.퇴임 사유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
현재 일부 은행은 은행장을 제외한 비등기 임원의 임기를 1년으로 하는 경우가 있고 비등기 임원은 은행장이 독자적으로 선임 또는 해임하거나 이사회에 형식적으로 보고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등기임원은 주주총회에서 선임이나 해임되고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은행들을 대상으로 모범규준의 이행 현황을 점검해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할 계획이기 때문에 모범규준을 따르지 않는 은행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모범규준은 국제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된 금융회사의 과도한 성과보상체계를 개편하라는 금융안정위원회(FSB.한국 등 24개 회원국으로 구성)의 권고에 따라 만들어졌다.
하지만, FSB 권고안에는 장기 경영 성과와 연계한 성과급 지급 방식과 공시 등이 담겨 있을 뿐 경영진 후계자 양성이나 경영진 임면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또 증권사와 보험사 등 다른 금융권의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모범규준을 빌려 은행 경영체제 개선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낳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의 책임 경영을 유도하고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미래 경영진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비등기 임원 선임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는 결국 성과보상체계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모범규준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영진 후계자 양성이 은행 내부에 국한되면 유능한 외부인사의 기용이 차단되고 현 최고경영자(CEO)의 입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은행들이 내부 경쟁을 통해서만 경영자를 육성하면 현 CEO의 영향력이 커지고 장기 집권도 가능해질 수 있다”며 “일본의 경우 차기 CEO 후보를 내부에서 육성해 조직의 역동성이나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책임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작년 초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보상체계 개편 및 성과지표 개선을 위한 자율기준’에 들어 있는 내용을 모범규준에 담은 것”이라며 “이행 여부를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자율기준보다 구속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2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3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4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5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6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7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8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9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10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