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없이 입체영상 보는게 꿈 아니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무안경 3D 시스템 구현 위한 3대 해결과제

 최근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 한 켠에 3D 디스플레이 데모룸이 마련됐다. 영화 ‘아바타’로 인해 3D 원천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보다 쉽게 3D 기술을 설명하기 위한 공간이다. 이 곳에서 데모를 보면 당장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누구도 3D용 특수안경을 쓰지 않는다. 영상미디어연구센터 연구자들은 무안경식 3D 시스템 구현을 최종 목표로 삼는 탓이다.

 ◇아바타, 즐기려면 피곤함은 감수해야(?)=“3시간 동안 커다란 안경을 쓰는 것이 신경 쓰였다.” “눈이 많이 피로하고 어지러움증도 느꼈다.”

 제임스 카메론의 공상과학영화 ‘아바타’는 국내 상영 외회 최초로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지만 3D 영상기술을 둘러싼 새로운 과제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3D 화면이 주는 ‘불편함’은 대부분 인간의 ‘몸’에서 기인한다. 3D 영화를 재생할 때 밝기 차이 등으로 눈의 왜곡이 일어나기도 하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영상에 대해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려 하지만 사실상 반응하지 않는 것에 대해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보다 편하게 3D를 즐기기 위해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이 무안경식 시스템이다. 안경식은 좌우 다른 색깔의 안경을 착용함으로써 일종의 착시 현상을 유도한다. 이와 달리 무안경식 시스템은 안경 없이도 ‘광학판’을 이용해 인간의 눈이 완벽히 속을 정도로 입체적인 화면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3D 기술의 최대 난제는 ‘인간’=KIST 데모룸에서 안경을 쓰지 않고 3DTV를 직접 시청해봤을 때 신기하게도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각기 다른 위치에서 뚜렷이 부각된다. 이는 광학판에서 나온 빛이 여러 특정 구간별로 투사되면서 TV 표면뿐만 아니라 그 앞쪽, 뒤쪽 공간에서도 상을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면 순간적으로 화면이 끊기거나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바로 좌우 안구를 통해 잘못 들어온 정보가 혼합되는 크로스톡(Crosstalk) 현상과 운동 시차 때문이다. A구간에서 B구간으로 이동하는 순간 끊김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장비를 동원해 구간을 수백개로 쪼개 빛을 쏴야 한다는 이론이 성립한다.

 무안경 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진전은 더뎠다. 이는 3D 영상을 마주하고 상호 작용하는 존재가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진, 꿈을 현실로=국내에서 이미 15년 전부터 무안경 시스템에 대한 기술 연구에 매진해온 KIST는 최근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이미 10여개의 관련 특허가 국내외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이 중에서 눈의 피로를 완화하고 자연스러운 3차원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시청자의 초점 조절 조건을 만족시키는 다초점 디스플레이 시스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KIST만이 보유하고 있다. 깊이가 다른 여러 지점에 초점이 맺히게 하는 것으로, ‘누진 다초점 안경’의 원리와 유사하다.

 김성규 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3D 영상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신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인간이 지닌 조건을 완벽히 규명·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쯤 완벽한 무안경 3D 영상이 구현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비록 우리나라의 관련 연구가 출발은 늦었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의미있는 연구 성과가 속속 도출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