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인터넷과 게임 관련 정책을 둘러싸고 규제 강화와 자율 규제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및 게임 산업계 불만이 커지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및 게임 관련 행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규제 강화’와 ‘자율 규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28일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가 주한영국대사관 및 인터넷자율정책기구와 공동으로 주최한 ‘디지털시대 표현의 자유Ⅱ’ 토론회에서는 자율 규제의 중요성이 등장했다.
정두언 의원은 “인터넷이 소통보다는 불신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 우려와 규제의 목소리가 높지만 규제가 맞는지는 의문”이라며 “영국과 미국 등의 자율규제 현황을 알고 서로 장점을 배우면서 상호 발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사용시간 제한 등 많은 규제 논의가 있지만 외부에서 만들기보단 자율에 맡기는 편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날인 27일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과 민생경제정책연구소가 함께 마련한 ‘인터넷 중독 예방과 치료 관련 입법’ 토론회에서는 180도 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이 자리에 나온 토론자들은 주당 온라인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인터넷 역기능 해소를 위한 재원을 민간에서 걷는 법률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성록 한국재활복지대학 교수는 “청소년 게임중독을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용 시간 제한이며 게임 산업 발전과 청소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관계자의 저항과 이상주의자들의 주장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김춘식 민생경제정책연구소 방송통신정책전문위원은 “청소년층의 인터넷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본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재원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의해 인터넷 사업자가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강력한 규제안과 온건한 자율 규제안 두개가 정면 충돌한 셈이다. 인터넷 및 게임 업계에선 집권 여당 내의 서로 다른 목소리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모 게임 업체 대표는 “하나의 당 내에서 상반된 의견이 나오면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며 “산업계가 꾸준히 주장하는 자율규제의 참뜻을 집권당에서 제대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측은 인터넷이나 게임 정책은 아직 논의 중이며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두언 의원 측은 “자율이냐 규제냐 사이에서 아직 당론이 정해졌다는 얘기는 못들었다”며 “국회의원이 개인이 입법기관인 만큼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다는 차원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의원 측은 “27일 토론회에는 법률 제정을 위해 여러 가지 의견을 듣는 토론회”라며 “다만 김성조 의원 등의 발언이 한나라당의 정책으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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