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디자인 스토리] LG전자 ’엑스노트 X300’

Photo Image

 2000년 전북대학교 산업디자인과 4학년 때 LG전자의 N캠프 1기(발명가 및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로 활동한 것이 인연이 돼 입사 후 바로 노트북 디자이너로 투입됐다.

 2002년 엑스노트(XNOTE)라는 노트북 브랜드를 런칭할 때 처음 맡았던 노트북(NZ 시리즈)이 가장 기억에 남고, 얼마 전 ‘엑스노트 X300’으로 2009년 한국 굿 디자인 인증을 받은 것 역시 기억에 남는다.

 ‘엑스노트 X300’은 17.5mm 두께에 무게가 970g인 초슬림, 초경량 노트북이다. 디자인 콘셉트는 처음부터 초슬림이다. 크면서 슬림한 것이 아니라 콤팩트하면서 슬림한 노트북을 구현해보자는 것이었다. 노트북 화면의 베젤을 줄인 11.6인치의 프레임레스(Frame-less) LCD로 더욱 넓어 보이도록 디자인했고, 쫀득쪽득한 느낌의 패블 키보드를 LG전자 제품에는 처음 적용했다.

 잘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자세히 보면 키보드의 디자인이 매우 독특하다. 키보드 좌우를 둥글려 코너를 구분하는 방식의 디자인인데, 타겟 고객 40명을 대상으로 키보드 관련 만족도 조사를 해봤더니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자판과 자판 사이의 간격도 일반 노트북과 동일하게 유지해 사용자가 전혀 불편이 없도록 했다.

 노트북의 커버 디자인은 제작이 공이 많이 들어가는 수공예 패턴을 적용해 IT 제품 같지 않고 패션 아이템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보통의 디자인 프로젝트가 3개월 정도 걸린다면 이 제품은 1년 가까이나 걸렸을 정도로 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본부장님 보고에서 ‘이것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몇 번을 뒤엎었다. 그만큼 저희 회사가 야심차게 내놓는 제품이다.

 불과 1mm의 두께를 줄이려고 스크린 프레임에 홈을 파고, 재료 비용이 높은 강화 유리를 적용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통해 17.5mm의 슬림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디자인을 할 때 사소하지만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냈을 때 굉장한 짜릿함을 느낀다.

 ‘엑스노트 X300’에도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디자인 요소를 최소화기 위해 파워 버튼을 키보드 안쪽에 배치한 나름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걸 사람들이 알아봐줄 때 짜릿함을 느낀다.

 현대 사회가 워낙 빠른 것을 추구하고 노트북 분야 역시 빨리 변화하는 산업이긴 하지만 ‘느린 디자인’을 하고 싶다. 지금 한 디자인이 20∼30년이 지나도 술이 익듯이 된장이 익듯이 더 가치가 있는 그런 디자인.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런 디자인 말이다. 아직은 그 솔루션을 찾고 있는 중이다.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이희창 선임 heechang.lee@lge.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