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대덕의 세종시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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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행하는 개그 중에 ‘어두워∼괴로워∼’라는 말이 있다. ‘절망’이란 이름의 주인공이 세태를 비꼬며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들에게 자조적으로 외치는 소리다. 대덕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속앓이가 심심하다. 집약하면 ‘어두워∼괴로워’ 그 말이 딱 어울린다.

 세종시를 기초, 원천 연구 거점으로 조성하면 대덕이나 오송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엄청 날 것이라는 게 정부 수정안의 요지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자마자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강계두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일부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의 주도로 대덕 각 기관장 40여명의 사인이 들어있는 지지성명이 나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대덕 현장 연구원들의 속내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세종시-대덕-오송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보다 예산을 나눠 써야하는 ‘제로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미 30년간 다져놓은 대덕연구단지의 존립 기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포착됐다.

 최근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대덕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너도나도 분원 방침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질에 오른 기관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국가핵융합연구소 등이다. 청사가 없는 연구개발인력교육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도 신경 쓰기는 마찬가지다. KAIST는 세종시에 첨단연구병원과 과학기술정책 대학원 설립 등을 추진한다. 다들 쉬쉬하지만 기회가 오면 잡겠다는 심산이다.

 일부에선 이로인한 인력 유출 규모가 대덕에서만 최소 2000명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 실정이다. 엑소더스 수준이다.

 왜 이러한 걱정을 하고 있는지 정부 세종시 신수정안의 속을 한꺼풀만 벗기면 알수 있다. 기초연구와 관련해 신규사업은 새로 조성할 세종국제과학원을 밀어주고, 대덕은 기존 과제 중심으로 지원을 계속하면서 상호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복안이다. 대덕은 아무 피해가 없다는 설명이 항상 붙어다닌다. 그러나 신규 과제는 계속 생겨나지만 기존 과제는 언젠가는 개발이 종료되면 없어진다. 기초 기술 개발 집적지인 대덕 해체론이 대두하는 근거중 하나다.

 특구라는 테두리만 해도 그렇다. 특구의 미션은 출연연이 운집한 대덕의 뛰어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화를 하라는 것이나 보통구로 전락할 위기다. 특구임에도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테크노파크의 기능과 별반 다를 바도 없다. 배정 예산마저 신통치 않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광주와 대구에도 특구를 지정한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출연연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 개편마저 앞둔 대덕은 거의 해체수준으로 봐야 한다.

 정부 말대로 세종시 건설은 국가백년대계를 염두에 둔 국가 사업이다. 정치논리가 과학보다 우선해선 안된다. 세종시 수정안에 힘없는 과학기술인을 볼모로 내세우는 일도 있어선 안된다. 지금은 깨닫지 못할지라도 과학기술을 병들게 한다면, 그 대가는 후세가 반드시 혹독하게 치를 것이기 때문이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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