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팹리스 시장에서 대만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5개 업체 가운데 단 7곳만이 매출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대만 업체들이 4개에 달했다. 특히 대만 미디어텍은 상위 10대 팹리스 기업 가운데 최고인 22%의 독보적인 성장률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일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25개 팹리스 업체 중 퀄컴·미디어텍 등 단 7개 기업만이 전년 대비 매출 신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만 팹리스 업체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미디어텍은 지난해 35억달러(약 3조9600억원)의 매출로 지난 2008년보다 무려 22%나 급성장하며 시장 순위를 한 계단 더 끌어올렸다. 이 같은 신장세는 상위 10대 팹리스 업체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미디어텍과 함께 노바텍·하이맥스·리얼텍·엠스타·릭텍 등 총 6개 대만 업체들이 상위 25위권에 순위를 올렸고, 이 가운데 4곳이 전년 대비 매출 신장세를 달성했다.
또 하나 특징적인 현상은 AMD가 단숨에 팹리스 시장 2위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AMD는 지난해 반도체 제조부문(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하면서 팹리스 전문업체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매출 52억5200만달러(약 5조9400억원)로 퀄컴(65억8500만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상위 25개사 가운데 나머지 17개사는 모조리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경기 악화와 반도체 시장 침체의 영향 탓에 AMD를 제외한 10위권 팹리스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4%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곳이 9개사나 됐고, 상위 10위권 기업들의 점유율은 전년보다 5%포인트 늘어난 65%에 달했다. 팹리스 시장에서도 갈수록 진입 장벽이 높아지며 대형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는 추세라고 IC인사이트는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역시 팹리스 강국인 미국의 위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텍을 빼면 10위권 내 업체들이 모두 미국 기업들이었고, 25위권 내에서는 대만을 제외하면 일본 1개사, 유럽 1개사가 각각 순위에 올린 정도에 그쳤다. IC인사이트는 향후 대만·중국계 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 1999년 전체 IC 회로 시장에서 팹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3%로 증가했고, 오는 2014년이면 27%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IC인사이트는 예측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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