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실상 백수’가 400만을 넘었다. 15세 이상 인구 열에 하나가 노는 셈이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전년보다 40만 명이 늘었다. 특히 25∼49세 청·장년 취업자가 1500만 명 아래로 뚝 떨어졌다. 실업 증가와 취업자 감소는 곧바로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안 좋은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며 실업난을 부채질한다. 정부도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문제는 방법이다. 정부 정책은 희망근로와 같은 공공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이다.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한계가 있다. 공공 일자리는 고작해야 몇 개월짜리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80년대, 미국 레이건 대통령 시절이다. 실업률이 8%를 넘나들자 비판 여론이 빗발쳤다. 레이건 대통령은 정말 그러냐며 전국적인 실사를 벌였다. 뜻밖에 실업률이 높지 않았다. 알고 보니 수십만의 조사자를 모두 실업자로 썼다. 당시 조크다. 희망근로사업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기업 투자 확대도 마찬가지다. 투자할 기업은 사실상 몇몇 대기업이다. 또 대기업들은 투자를 늘리는 것이지 고용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투자가 늘어 중소 협력 업체들이 좋아지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단가 압력을 받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사람을 더 뽑을 것 같지 않다. 정책 당국이 기업에 투자해달라고 애걸할 게 아니라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게 더 낫겠다. 정부가 획기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처방 또한 획기적이어야 한다.
핵심은 창업이다. 창업만큼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없다. 특히 심각한 청년 실업에 좋은 해법이다. 정부도 1인 창조기업 육성과 지원센터 강화 등 창업 지원 정책을 마련중이다. 그런데 단추를 잘못 끼웠다. 지원시스템이 좋다고 창업이 늘지 않는다. 다양한 창업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게 먼저다.
사업 기회는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 많이 생긴다. 컬러TV와 PC, 이동통신과 인터넷 미디어의 등장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기다. 전혀 상상할 수 없던 비즈니스가 생겨난다. 야심찬 도전자도 수업이 등장한다. 일반 서비스산업이나 교육, 심지어 공공서비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IT 혁명과 같이 짧은 기간에 해당 산업은 물론 사회와 개인 삶까지 확 바꾸는 것은 없다.
2010년대 또다른 IT 혁명이 다가왔다. 모바일브로드밴드, 4세대(G) 이동통신, 디지털TV와 3차원(D)TV 등이다. 특히 아이폰이 촉발한 모바일브로드밴드 혁명은 당장 시작됐다. 1기가헤르쯔(㎓)급 CPU나 64기가바이트(GB) 메모리를 단 휴대폰도 곧 나온다. 4G 통신과 결합하면 파괴력은 엄청나다. 모바일브로드밴드는 유선인터넷을 ‘앙시앵레짐(구체제)’으로 내몰고 전혀 다른 사업과 창업 기회를 만들 것이다. 정책 당국이 4G 도입 등 IT 혁명을 앞당겨야 하는 이유다. 예산도 많이 안 든다. 정책 결정만 내리면 그만이다. 이렇게 쉽고 좋은 일자리 창출 해법을 놔두고 현 정권과 정책 당국은 임시직이거나 몇년 뒤 고작 수십만의 일자리를 창출할 4대강과 세종시만이 옳은 해법이라며 올인한다. 답답할 노릇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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