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노키아 등 전세계 23개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상대로 1조원대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미국의 특허 관리 업체에 모든 소송 권한을 위임한 것과 관련, 국민의 혈세로 개발된 기술 특허를 통째로 외국 업체에 넘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ETRI 등에 따르면 ETRI는 지난 2006년 7월 미국 특허 관리 업체인 SPH아메리카(이하 SPH)와 이동통신 관련 표준 기술특허 4건에 대한 ’전용 실시권’ 계약을 체결했다.
전용 실시권이란 관련 소송뿐 아니라 해당 특허의 사용 및 판매 등 제반 권리를 위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ETRI는 특허 소송에 이겨도 수익의 일부만 챙기고, 향후 기술 사용허가 등 관련 특허권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전직 언론인인 재미동포 안치용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andocu.tistory.com)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해 7월 SPH가 버지니아 법원에 제기한 소송장을 보면 ’특허기술에 대한 제조, 사용, 기술판매 권리는 물론 과거, 현재, 미래의 특허침해와 관련되는 소송권리는 자신들만이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해 놓고 있다”며 “`ETRI는 특허와 관련해 아무런 실체적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고 명시된 만큼 계약기간 동안 SPH가 전세계에서 특허에 대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결국 ETRI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특허 관련해 모든 권리를 SPH에 넘김으로써 휴대전화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하지 못했고, 앞으로 특허 침해가 인정돼 보상을 받더라도 소송원고인 SPH가 피고로부터 보상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안 씨는 이어 “한국이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는 한국의 특허를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며 “정부 출연기금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의 특허 관련 업무를 재정비하고, 특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특허침해를 발견할 경우 이에 따른 소송도 진행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ETRI는 전용 실시권만 SPH가 행사할 수 있을 뿐 법정소송 소유권은 그대로 ETRI가 가지고 있으며, 특허소송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있어서 SPH는 ETRI와 협의를 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ETRI 관계자는 “SPH는 ETRI와의 협의를 거쳐 일을하게 되며 소송비용도 SPH가 전액 부담하게 되어 있다”며 “비율을 공개할 수 없지만 승소에 따른 수익을 SPH와 나누기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책연구기관의 한계상 국제 법률문제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 특허 전문 업체와 계약한 것”이라며 “ETRI 내부에 변리사와 지적재산권팀은 있지만 법률 전담조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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