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대’기업 도시, 중기·벤처는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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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 입주 조건과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정부가 처음으로 원형지(기반 시설 없이 용지만 정리한 땅) 형태의 토지 공급 방침을 세웠지만, 50만㎡ 이상 대규모 구매자라는 전제 조건을 달아 혜택은 모두 대기업에 돌아가게 됐다. 수정안 공개 전에 일부 대기업과 협의를 끝내면서 중소·벤처기업에 입주할 땅도 사실상 남아있지 않다. 정부가 대·중소기업을 골고루 고려하는 균형감을 잃어 공존의 틀을 깼다는 지적이다.

 ◇중기·벤처 갈 자리 없다=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세종시의 첨단·녹색산업단지(347만㎡) 중 남은 땅은 49만4000㎡뿐이다. 삼성·한화·웅진·롯데가 297만6000㎡를 이미 차지했기 때문. 원형지 형태로 공급받으면 초기 투자비용도 낮출 수 있으며 조성 비용을 분납하거나 절감할 수도 있다. 남은 땅 역시 먼저 투자 의사를 밝힌 대기업들이 가져갈 공산이 크다. 결국 조성지 형태로 중소·벤처들을 입주시킬려면 정부가 이 땅을 팔지 않아야 하는데, 문제는 정부가 밝힌 고용 인원 수를 맞출 수가 없다. 첨단·녹색 산업단지 전체의 고용 목표인 4만8900명을 달성하려면 49만4000㎡에서 2만6000여명의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 중소·벤처에 이 땅을 내 줄 수 없는 이유다.

 김규철 세종시기획단 사업평가팀장은 “대규모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이유는 조기에 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벤처 역시 사업 목적에 맞는 기업들을 위주로 입주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유치·국제교류 단지 등에도 외자 기업이나 컨벤션 센터·국제기구 등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목적이 안 맞는 중기·벤처는 입주시키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중소기업 단체 고위 관계자는 “첨단·미래산업 육성이 대기업만의 것이냐”면서 “벤처와 중소기업의 균형 발전을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형지 공급 확대, 소외감만 더 부추겨=세종시 입주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원형지 공급 방침을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지방의 산업단지 등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것 역시 중기·벤처에는 되레 상대적 소외감만 더해준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토지 가격은 원형지 기준으로 1평(3.3㎡)당 36만∼40만원, 조성지 기준으로는 50만∼100만원이다. 원형지는 평균 조성비 38만원을 합해도 가격은 74만∼78만원이다. 세종시에 중기·벤처가 입주하더라도 대기업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대덕 특구는 조성가가 평당 145만원이라 상대적 박탈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다른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산업단지에 세종시의 원형지 혜택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중기·벤처의 상대적 불이익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용섭 의원(민주당)은 이 때문에 삼성·한화·웅진 3대 대기업에만 준 세종시 토지 가격으로도 1조7000억원의 특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세종시 입주를 원하는 중기·벤처에도 혜택을 주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김준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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