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징금보다 경쟁 시급한 LPG시장

 “이런 식으로 하면 몇 년 후 다시 조사해도 이번에 걸린 기업들은 100% 다시 과징금을 맞을 걸요.”

 지난달 판매 가격 담합을 이유로 사상 최대인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LPG 수입·정유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해명에만 급급할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뼈’ 있는 말을 한 그는 이어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현재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에는 변화가 생길 수 없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LPG는 국내 정유사가 수요의 40%를 생산·공급하고 나머지 6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부족한 물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LPG를 생산·판매하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부족한 물량을 LPG 수입사에서 사오기 때문에 생산 LPG와 수입 LPG 판매가격을 굳이 다르게 할 이유가 없다. 자연스레 수입사가 LPG 가격의 결정권을 주도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경쟁할 필요도 없다. LPG는 수요가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기 때문에 공급량을 예측해 자기 밥그릇만 잘 지키면 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처럼 LPG를 수송·가정·상업 부문에 많이 사용하는 구조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수입 가격에 맞추려는 담합 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요부터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LPG는 비용·효율·대기오염 측면에서 어느 것 하나 큰 장점이 없다”며 “친서민 연료라는 이미지로 수입까지 해가면서 LPG를 사용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번 담합 판결이 3∼4년의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또 흐지부지 잊혀지기 전에 LPG의 효율성을 따져보고 공급에 경쟁구조가 도입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답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업은 행정소송을 불사하는 가운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애꿎은 소비자들이다.

  그린데일리=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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