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재전송 분쟁 장기화할 듯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 방송 업계 간 지상파의 동시 재전송 문제를 둘러싸고 소송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상파의 동시 재전송이란 케이블 방송 업자들이 유료 가입자들을 상대로 실시간 지상파 방송을 함께 전송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케이블 방송 업자들은 난시청 지역 시청자들을 상대로 한 수신 보조행위라는 이유를 들어 지상파 방송사에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채 실시간 방송을 재전송하고 있으며, 방송사들은 이러한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가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상파 3사가 케이블 방송인 CJ헬로비전을 상대로 동시 재전송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상파 프로그램에 대한 케이블방송의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만, 권리침해의 시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이다.

이에 대해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측은 각각 자신들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는 견해를 펴면서 한치도 물러섬이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소송 관련 방송 3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MBC 관계자는 “법원은 케이블 방송의 재전송 행위가 지상파의 동시 중계방송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케이블 방송은 재전송에 대해 그간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그러한 합의는 없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 방송은 정부 시책과 지상파방송사 측의 요구에 따라 보편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수신보조를 했을 뿐”이라며 “가처분 소송에서 폈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여 우리가 승소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기각된 방송사들의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 케이블 방송이 신규가입자들을 상대로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할 수 없게 돼 상당한 파장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소송이 기각됨으로써 일단 그같은 사태는 피하게 됐다.

그러나 양측은 제기된 본안 소송을 놓고 지속적으로 대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지난해말 CJ헬로비전과 씨앤앰, HCN서초방송, CMB한강, 티브로드 강서방송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5개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정지를 요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양측간 소송은 항소심까지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지리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사업자들 간의 대립을 넘어 공중의 자산인 지상파 방송을 별도의 케이블 TV 가입 등 이용료를 지불해야 볼 수 있는 난시청 지역이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난시청 지역이 있기 때문에 지상파 수신을 위한 시장과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업자가 생겨났고, 결국 재전송 분쟁은 그 수익을 둘러싼 분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2012년 말을 목표로 내세운 디지털TV 전환 정책만큼은 난시청 지역이 없도록 철저한 대비와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위해 편성한 홍보 등 올해 정책 예산 140억원이 지난해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25억원으로 대거 삭감되는 등 정책 의지는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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