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핫이슈] (2)한국 반도체·LCD 승자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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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는 곧 기회다.’ ‘불황은 하늘이 준 기회다.’ 이 같은 명제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을 헤쳐나온 한국 IT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특히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의 위상을 회복한 반도체와 LCD는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동반 돌파하며 위세를 떨쳤다. D램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2년여에 걸친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며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수익 폭이 확대됐다. LCD도 앞선 양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각국의 경기 부양정책에 따른 수요 회복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새해에는 한국 반도체·LCD 업체들의 승자효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4분기에 D램·LCD 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청신호다.

 지난 2년간 힘겨운 시절을 보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본격적인 회복세에 돌입할 전망이다. 최악의 불황에 따른 투자 감소로 전 세계 D램 공급량이 줄어든데다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회복에 힘입어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D램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그야말로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2분기부터 반등한 가격 상승세는 비수기란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대개 비수기로 접어드는 12월에는 D램 가격이 급락하지만, 작년 12월에는 두 번의 고정거래가격 모두 보합세를 유지했고, 현물 가격도 월 초까지 이어온 하락세가 중순 이후부터는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2월 마지막 주 D램 현물가격은 DDR2가 10%, DDR3가 7% 상승하는 등 이례적이었다.

 이 같은 가격 강세는 LCD 패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순 모니터 등 IT용 패널을 중심으로 가격 반등이 시작됐다. 통상 이 기간에 10% 안팎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던 추세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IT에 이어 TV용 패널 가격도 이르면 1월 가격 반등이 예고됐다.

 D램과 LCD 패널 가격 동반 강세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수요가 탄탄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 세트 업체들이 춘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물량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비수기에도 가격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CD의 경우 중국 외에 유럽·미국 시장 수요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 월드컵으로 이어지는 상반기 특수도 주목된다.

 눈여겨볼 것은 중국 업체 한두 곳이 물량 확보를 하는 과정에서 D램 현물 가격이 10%에 가까운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의 유통 재고 여유가 없다는 방증이어서 공급 적체가 언제 해소될 것인지가 올해 D램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이미 글로벌 D램 업체들의 가동률이 100%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공급 증가 여력은 올해 초에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PC업체와 대만 주기판 업체들의 1분기 출하량 전망치가 긍정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급에 비해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하다”고 분석했다.

 D램은 연간 전체로도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이와증권은 새해 PC 출하량이 13%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가트너도 D램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291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해 LCD TV 시장 성장률도 13%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LCD 패널 업체들의 수익성 전망도 희망적이다. 특히 LED TV용 패널 등 고부가가치 제품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한국 업체들의 선전이 예상됐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새해 LCD 시장은 중국을 비롯한 최대 시장은 물론이고 주요 세트 제품의 출하량 증가가 예상되면서 호황이 예상된다”며 “대만 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추격에 나섰지만 기술과 양산 경쟁력에서 앞선 한국 LCD 업체들의 주도권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과 함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시장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소비 회복과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시장 호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전 세계 낸드플래시 수요를 좌지우지하는 애플이 신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분기 중 출시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애플 신제품은 태블릿 형태의 모바일PC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에는 현재의 시장 주류 제품보다 두 배 이상 용량이 늘어난 64Gb 이상의 낸드 모듈이 사용될 것으로 알려져 수요를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낸드플래시 수요 가운데 스마트폰용 비중이 35%를 차지할 것”이라며 “작년 대비 휴대폰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97%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낸드플래시는 생산업체가 삼성전자·하이닉스, 일본 도시바, 미국 마이크론 4개사뿐이어서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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