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웹 접근성] (상)집단소송 사태 폭풍전야

장애인단체, 장차법 보장않는 기관에 소송 준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종합병원 웹 접근성 준수 실태

 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의무화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차 장차법)을 시행한 지 8개월 가까이 지났다. 하지만 웹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는 민간·공공기관이 아직 수두룩하다. 장애인단체는 새해 초부터 장차법을 지키지 않은 기관을 상대로 집단 소송도 준비 중이다. 여전히 갈 길 먼 국내 웹 접근성 준수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10대 종합병원 도입률 30%, 공공기관도 무늬만 도입.’

 전자신문이 웹 접근성 컨설팅 전문업체인 싸이클론과 공동으로 국내 주요 종합병원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웹 접근성 준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10대 병원은 인터넷 순위업체 랭키닷컴이 집계한 네티즌 이용 빈도 순으로 선정했다. 웹 접근성 진단 방식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개발해 공공기관 실태 조사에 사용하는 기준을 적용했다.

 조사 결과 웹 접근성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인 병원은 강북삼성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세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유수 병원들은 웹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정보화 수준이 높은 대형 종합병원이 이 정도면 전국 320여개 종합병원은 거의 웹 접근성 사각지대로 방치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장차법이 시행되면서 종합병원은 의무적으로 웹 접근성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 등 법적 제재를 받는다.

 공공기관의 웹 접근성 사업은 웹 접근성을 오히려 침해하는 ‘액티브X’를 허용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행안부는 전자정부 웹호환성 준수지침에 근거해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웹 표준에 맞게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장차법을 이유로 지자체의 웹 접근성 강화도 요청했다.

 전자정부 웹 호환성 준수지침 5조 4항은 ‘액티브X 등 특정 브라우저용 내장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 타 브라우저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다만, 기술적 제약이 있을 경우에 예외로 한다’고 했다.

 웹 접근성 컨설팅 전문업체 관계자는 “액티브 X를 없애려면 기간계 모듈을 재설계하는 등 기관 내 IT시스템을 전면 보수해야 한다”면서 “기술적 제약이라는 부분이 모호해 기존 웹 접근성 사업이 액티브X는 그대로 유지한 채 브라우저 호환성 맞을 갖추는 게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4월 장차법 의무화에 맞춰 웹 접근성 확보 사업을 벼락치기 방식으로 발주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법까지 발효되면서 웹 접근성을 강조해도 지켜지지 않는 것은 처벌조항이 과태료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처벌이 미약해 개선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A대학 종합병원 관계자는 “아직 장애인들로부터 웹 접근성과 관련한 민원이 제기되지 않아 개선을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민원에 따라 사례별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는 이 같은 위법행위가 고쳐지지 않자 새해 초 집단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현근식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팀장은 “병원 홈페이지는 장애인들의 삶과 직결돼 있으나 개선의지가 전혀 없다”면서 “올 1월 종합 실태를 조사한 뒤, 해외 사례 등을 수집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집단 소송사태가 빚어졌다. 미국 시각장애인연합회(NFB)는 지난 2008년 미국 47개주에 1648개의 지점을 보유한 소매업체 ‘타깃’이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이 웹 접근성을 준수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600만달러가량(약 70억원)의 손해 배상을 받았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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