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의 전조(前兆)는 전날 밤에 나타나고 새해의 전조는 전해의 말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400억달러에 달한다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는 2010년의 기분 좋은 서곡이다. 새해에 우리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으리라. 이제 새해가 보내오는 긍정의 메시지를 살려내야 하며 2010년을 도약의 새로운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국내외 언론들은 ‘한국경제 위기설’을 주기적으로 보도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4월 위기설’ ‘9월 위기설’ 등으로 해외투자와 증시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저력을 보여줬다. G20 회원국이 되고, 올해 G20 정상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기술집약 분야라는 에너지-원자력 분야에서 세계 5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위상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지식정보시대에 걸맞은 사회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은 융합이다. 융합을 통해 기존의 일하는 방식, 사는 방식, 정부 조직 방식 등을 통틀어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융합 접점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조선국가고, 세계 5대 자동차 수출국이며, 세계 3대 철강국가에 속한다. 여기에 반도체, 휴대폰 등 IT 하드웨어에서도 세계적 강국이 돼 있다.
그러나 소프트파워, IT 중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취약하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소프트파워 분야에서 세계 선두국가의 반열에 올라서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으키고, 신기술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문화와 기술의 융합을 통해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창조적 융합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컨버전스 2.0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둘째, 물리적 공간과 IT의 융합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 버추얼라이제이션(Virtualization)으로 새로운 자원을 풍요롭게 조성하며, 일하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스마트워크(smart work)를 확대해야 한다.
흔히 원격근무로 알려진 스마트워크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문제를 너무나 등한히 했다. 멀티미디어 환경에 맞는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돼 있는 환경에서 스마트워크를 할 수 있다면 작은 마을 단위의 친환경도시가 확산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경쟁력 있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녹색정보화의 구현을 통해 시간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융합, 공간적으로 실제공간과 사이버스페이스의 융합을 촉진할 수 있다.
셋째, 지식정보사회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감성을 존중한다.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 경제가 지식정보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해야 하며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으로 전환된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
새로운 이동통신 환경에서 생겨난 트랜슈머(transumer)가 스마트폰 붐을 조성했고, 이것은 다시 ‘앱스토어’ 같은 소비자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프로슈머 시대를 열었다. 현대도시 생활의 편리함과 개인적 공간의 고요함을 융합한 결과가 바깥세상의 경험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인스피리언스(insperience)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에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창조적 역량이 성숙해야 한다. 창조적 역량은 기존의 폐쇄성을 극복해야 가능하며, 지성과 감성이 융합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를 읽는 눈으로부터 창조성은 길러진다. 2010년은 우리나라가 미래를 창조적으로 개척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민간위원장 klee2020@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