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중재 노력 빛났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가 어정쩡한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문을 내놓는 데 그쳤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재국 역할을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부터 19일까지 1박 3일 일정의 빠듯한 출장에도 총회 주최 측이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두 번의 연설을 제안한 데 이어 예정에 없던 EIG그룹 연설도 성사됐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110여개국 정상 가운데 두 번의 연설을 한 정상은 이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신흥국 감축행동 등록부 제안(NAMA Registry)이 선언문 초안에 반영돼 신흥국들에 포괄적으로 감축행동에 동참하게 하고 선진국들의 지원도 이끌어내는 의미 있는 출발점을 마련했다”며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이 대통령은 최종 합의문 검토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25개국 정상회의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총회에서 의미 있는 합의문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해 좋은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 파국을 면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총회에서 밝힌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설립 방침도 호응을 이끌어냈다. 기후감축을 성장 제한으로 받아들이는 개도국에 기후감축과 성장을 동시에 구현하는 방법론을 만들어 제시하겠다는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 취지에 많은 국가들이 공감대를 표시한 것이다.
글로벌녹색성장 연구소에 참여키로 한 토마스 헬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은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으로 세계에 새로운 협력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며 “많은 나라들이 탄소저감노력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지만 non Annex1(비의무 감축국가) 국가인 한국이 의욕적으로 취한 조치는 전세계에 기후변화 대응노력을 촉구하고 선도하는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총회 연설에서 발표한 2012년 기후변화당사국 총회 유치도 카타르라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지만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정부 한 관계자는 “녹색성장을 국가 어젠다로 설정하고 GDP 2% 투자, 중재국 역할 수행 등의 노력 등이 인정받으면서 많은 국가들이 한국을 2012년 총회 주최 국가로서 자격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순리대로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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