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전무를 중심으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삼성은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경영 전반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그룹 인사를 마무리지었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최지성 사장 단독 경영 체제로 바꿔 세대 교체를 가속화하는 한편 주요 포스트에 측근 인물을 대거 포진시켜 ‘이재용 체제’에 한층 힘을 실어 주었다. 바야흐로 삼성 ‘이재용호’가 닻을 올렸다.
이 전무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을 맡는다.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대외 주요 거래 업체를 직접 챙기는 자리다. 삼성전자 단독 최고경영자가 된 최지성 사장이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안살림을 한다면 이 신임 부사장은 사업 부문 간 조정과 글로벌 고객 관리 등 사실상 오너 경영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삼성 측은 “이재용 전무가 COO로서 내부 사업 간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글로벌 고객을 직접 챙길 예정”이라며 “이번 인사가 삼성 조직과 최고경영진의 면모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인사에서 주목할 인물은 삼성SDI 대표를 맡다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순택 사장이다. 브라운관 중심의 디스플레이 회사를 2차전지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시킨 그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새로운 미래 수익원을 발굴하는 중책을 맡았다. 삼성 관계자는 “신사업추진팀이 신사업추진단으로 껑충 위상이 올라갔다”며 “바이오·그린 등 삼성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트(DMC)와 부품(DS)으로 이원화했던 삼성전자 경영 체제를 최지성 단독 대표 체제로 바꾼 것도 큰 변화다. 이윤우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투톱’에서 ‘원톱 시스템’으로 전환한 만큼 삼성 특유의 속도(스피드)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해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의 원톱 체제와 복수사업부 조직으로 회귀한 셈이다. DS와 DMC를 합치면서 7개가량의 독립 사업부 조직으로 통합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관련 조직 개편과 후속 인사를 16일 실시한다.
50대 초반 인물이 대거 발탁됐다. 삼성전자 사업 부문 사장을 맡아 승진한 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53),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조수인 사장(52), 종합기술원장 김기남 사장(51) 등은 50대 초반이며 10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만 55세를 넘는 사람은 박상진(56) 디지털이미징 대표 내정자가 유일하다.
삼성은 젊은 사장 대거 등용으로 조직을 패기 있고 능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고참 CEO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올해 62세인 이상대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으로, 63세인 김징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함을 뺀 부회장을 맡았다. 삼성전자 신사업추진팀을 맡았던 임형규 사장은 퇴임했으며,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종합기술원장)과 강재영 삼성투신운용 사장은 삼성 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본 본사 이창렬 사장은 삼성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으로 내정된 이순동 사회봉사단장의 후임을 맡게 됐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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