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산 안전성으로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품업계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2차전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발광다이오드(LED), 인쇄회로기판(PCB) 등 부품 전분야에 두루 이같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부품업체들이 엔고로 수출은 물론 내수용 조차 허덕이는 사이 국내 주요 부품들은 글로벌 시장 순위와 점유율 면에서 크게 약진했다.
1달러당 엔화 환율은 올초 94.55엔에서 지난 4월 한때 100엔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지난달 10일 80엔대에 첫 진입한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최근 88.36엔으로 낮아졌다. 그만큼 엔화가치가 높아지면서 일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때문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기 MLCC 사업은 올해 1분기 이후 3분기까지 금융위기 이후 분기당 각각 16.2%와 17.7%의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영업이익도 20%대를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MLCC 분야 경쟁업체인 일본의 무라타전기제작소와 TDK는 엔고 영향으로 물량이 준데다 9월까지 3개월간 분기당 영업이익률이 각각 7.2%와 3.6%로 삼성전기에 비해 뒤쳐졌다. 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PCB 분야에서도 일본의 이비덴, 신코와 달리 3분기 이후 PCB 분야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공장가동률도 90%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스플레이 소재인 편광판도 3분기까지 LG화학이 일본의 1위 업체 니토덴코를 제치고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IIT의 상반기 2차전지 시장 점유율 보고서에서 이같은 현상은 확인된다.
전세계 2차전지 1위 기업인 산요는 지난해말 22.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19.6%로 20%대 아성이 무너졌다. 3위인 소니 역시 작년말 15.8%에서 11.8%로 점유율이 낮아졌다. 반면 삼성SDI는 지난해말 14.7%에서 18.6%로, LG화학은 7.1%에서 13.4%로 각각 3.9%포인트와 6.3%포인트씩 약진했다.
삼성SDI는 3분기 2차전지 공장의 가동률이 83.4%에 달하고 4분기에도 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역시 4분기 비수기를 감안할 경우 높은 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러한 엔고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형식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저금리 기조 등으로 내년 1분기에도 엔고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일본 업체들이 환율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국내 부품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시장 확대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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