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녹색기술을 꿈꾼다] (2)연료전지 강국 ‘한 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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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연료전지 부품사업 8년차인 중소기업 사장 김철만(가명·43세)씨는 요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6년째 매출이 쑥쑥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연료전지 집중투자와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진출 성공으로 연료전지시스템 공급물량이 달리고 있는 상황.

 지난 2012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사업 시행과 더불어 국내 에너지공급사들의 연료전지 수요가 급증하면서부터 김 사장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8년 전에는 많이 망설였죠. 국내 시장에서도 생소한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탈황설비를 아이템으로 정하고 사업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사업이 활기를 띤 이유에 대해 “국내 연료전지 선두 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집중해 외국과의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간 덕분”이라며 “정부가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연료전지용 LNG가격을 한시적으로 낮춰주고, RPS 제도를 적극 독려해 준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2018년 우리나라의 연료전지시스템 수출액은 2조6000억원(가상)을 돌파했으며 관련 서플라이 체인에 연계된 부품 공급사가 800여개로 늘어났다. 명실공히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잇는 수출산업으로 자리 매김한 것이다.

 ◇왜 연료전지에 집중해야 하는가=정부와 연료전지 업계가 바라고 있는 10년 후의 모습이다.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는 것.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연 평균 50% 이상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또 기술수준이 외국과 비교해 차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핵심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면 발전용 연료전지를 우리나라 차세대 세계시장 석권 제품으로 육성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는 적용 대상에 따라 크게 수백㎾∼10㎿급의 분산발전용과 1∼수십㎾이하의 건물용으로 구분이 된다.

 건물용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의 경우, 국내 1㎾급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의 성능과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85% 이상이다. 또 분산발전용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의 경우 국내 스택(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설비)의 구성요소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80% 이상이며, 연료전지 플랜트 전체를 포괄하는 시스템 분야에서는 선진국 대비 70% 정도의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홍성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은 “우리나라 연료전지의 시스템 통합 부문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음 세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관련 산업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며 전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된 제품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선진국들도 연료전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일본은 수소연료전지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정부주도로 연료전지 거대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중희 연료전지핵심기술연구센터장은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는 오늘날 이를 미래연료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생각”이라며 “우리나라는 자동차·전자 산업이 발전해 있어 바로 연료전지를 보급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천소재 기술개발, 부품산업 육성 시급=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연료전지 산업발전을 위해 부품산업 육성과 원천소재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홍성안 단장은 “국내에 부품회사가 적고, 산업이 초기 단계”라며 “미국·독일·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중희 센터장은 “원천소재기술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당분간 원천소재기술에서 다른 선진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에기평도 최근 발표한 ‘그린에너지 전략로드맵’에서 건물용 PEMFC의 경우, 소재·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또 MCFC의 경우 핵심 원천기술의 국산화를 위해서 중장기적이면서 산업 인프라를 동시에 육성할 수 있는 연구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단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국내 녹색기술 투자는 분산이 돼 있는 것 같다”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중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분야는 연료전지이며 외국과의 기술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센터장은 “단기적 효과를 바라지 말고, 장기적 계획으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산학 공동 연구가 활성화 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연료전지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2015년 세계 1위 연료전지 강국 실현’이라는 비전도 선보였다. △상용화 기술개발 △원천기술개발 △연료전지 도입 인센티브 제공 △발전차액제도 보완 등을 통해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장차 우리나라가 연료전지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지금이 연료전지에 집중해 1등 녹색기술로 키워나가야 할 때다.

 ◆연료전지가 주목받는 이유

 연료전지가 차세대 발전설비로 주목받는 이유는 고효율·친환경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 손실이 적다. 기존발전기술의 전기효율이 25∼35% 수준인데 비해 연료전지는 40∼60%다. 또한 연료전지는 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황산화물·소음 등이 극소로 배출된다.

 ◆인터뷰-조성식 포스코파워 사장

 포스코는 연료전지의 기술격차가 선진국과 근소하다는 점, 향후 대체 에너지원으로 기존의 화력발전을 대신할 때 성장잠재력과 산업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이라는 점 등을 검토해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의 에너지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조성식 포스코파워 사장을 만나 연료전지 사업에 대해 들었다.

 조 사장은 먼저 “연료전지는 친환경에너지 수요와 분산전원 체계 확대라는 전 세계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발전설비”라며 말을 꺼냈다.

 조 사장에 따르면 포스코파워는 MCFC와 SOFC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MCFC는 기술제휴를 통한 조속한 국산화와 원가절감 및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을, SOFC는 자체적인 독자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 사장은 “현재 국산기술로 만드는 연료공급기 및 전력변환기(BOP)를 양산 중이며, 설치시공 및 서비스 기술을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기술력이 진화돼 중대형 연료전지가 개발되면 기존의 대규모 발전기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료전지의 잠재시장은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스코파워의 세계시장 선점 전략은 국산화된 제품 판매와 사후서비스의 동반수출로 요약할 수 있다”며 “지난 3년과 앞으로의 2∼3년은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앞선 준비기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사장은 “현재 일본·필리핀·말레이시아 등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100% 국산화를 달성한 후에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SOFC 관련 몇몇 국책과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으로서는 포스코가 유일하게 자체자금을 투입해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며 “타 선진국처럼 정부의 강력한 주도와 지원 하에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대규모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그는 “기업의 투자가 산업화 실현과 세계시장 선점이라는 결실로 조속히 연계되기 위해 단기적, 중·장기적 관점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는 한시적 기간 동안의 LNG 전용요금 신설 등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원천기술 및 소재, 부품 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차원의 연구개발(R&D) 시행전략 및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울러 조 사장은 1등 녹색기술의 조건에 대해 “한 가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뿐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한 제품·부품·소재 산업까지 주도할 수 있어야 진정한 1등”이라며 “응용산업 발전과 수출산업화를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는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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