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산업에 걸쳐 IT아웃소싱 비용산정 기준에 종량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룹 계열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동부, 우리금융그룹 등 그룹 계열사들과 대한항공, 에쓰오일 등의 대기업들이 IT자산을 IT아웃소싱 업체에게 매각한 후 아웃소싱 비용산정 기준으로 종량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종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 추가 도입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종량제 도입 확산이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삼성·LG그룹 계열사, 종량제 도입 확산=국내 대형 그룹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종량제 도입에 나서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의 전기·전자 계열사인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은 IT아웃소싱 업체인 삼성SDS에게 IT자산을 매각한 후 종량제를 도입했다. 이후 호텔신라, 제일모직도 동일한 방식으로 종량제를 도입한 상태다. 삼성물산도 종량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재해 등 사고 발생시 시스템의 장애 및 위기 대응이 절실했으며 1분, 1초라도 멈춰서는 안 되는 핵심 시스템을 통합 보관하고 안정성을 최대화기 위한 것”이라며 “아웃소싱 계약을 위한 장기간의 협상과 시스템 검증 등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향후 시스템 확장 혹은 축소가 한결 간편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LG그룹도 LG전자 등 7개 계열사가 서버 사용에 대한 비용산정 기준으로 종량제를 도입했다. LG화학 등 10개 계열사는 스토리지 사용에 대해, LG패션 등 9개 계열사는 백업시스템에 대해 종량제를 도입한 상태다. IT아웃소싱 제공 업체는 LG CNS다.
반면 SK그룹은 종량제 도입이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다. SK에너지 등의 계열사를 대상으로 일부 IT아웃소싱 서비스에 대해서만 종량제를 도입한 정도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은 자체적으로 IT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동부그룹·대한항공·에쓰오일도 종량제 도입=중견그룹 중에서는 동부그룹이 종량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동부그룹의 물류서비스 및 제조 계열사인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 동부건설 등이 최근 동부CNI와 종량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삼성과 LG그룹 계열사와 달리 우선은 신규 교체되는 IT자원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이로 인해 핵심 업무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종량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동부CNI 김명세 센터장은 “노후화된 시스템을 직접 구매, 교체하려고 하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동부CNI가 장비를 대신 구매하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종량제 서비스를 제안했다”며 “계열사 입장에서는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도 LG CNS를 통해 IT아웃소싱 비용산정 기준으로 종량제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GS그룹 중 LG CNS를 통해 IT아웃소싱을 받고 있는 GS리테일, GS홈쇼핑 등이 해당된다. GS리테일은 스토리지 사용에 대한 종량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그룹, 롯데그룹 등 최근 계열사의 IT통합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견그룹의 계열사들은 아직 종량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더욱이 많은 그룹들은 IT자원을 계열사별로 직접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종량제 도입이 쉽지 않다. 단, 한화그룹의 경우 내년 하반기에 그룹 통합 데이터센터 구축이 완료되면 현재의 IT아웃소싱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종량제 도입도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외에 대한항공, 에쓰오일, 아모레퍼시픽 등도 IT계열사가 아닌 제3의 IT아웃소싱 업체인 한국IBM과 종량제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기업들도 IT자산을 한국IBM에 매각한 상태에서 IT아웃소싱 비용을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는 온디맨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은행 종량제 도입…금융권 확산 어려울 듯=종량제 도입이 쉽지 않은 금융권에서도 최근 우리금융그룹의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정보시스템과 기존 IT아웃소싱 비용산정 방식을 종량제로 전환했다. 따라서 과거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투입한 인력 기준으로 아웃소싱 비용을 산정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처리건수, IT자원 사용량, 개발기간 등을 따져 비용을 산정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올해와 내년에 기존 비용산정 방식과 종량제를 일부 시범적용해 병행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시범 적용되는 일부 IT아웃소싱 업무는 헬프데스크 등이다. 이후 2011년부터 전 IT아웃소싱 업무를 대상으로 적용을 확산할 방침이다.
그러나 그외 금융기관에서는 종량제 도입을 꺼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삼성그룹 계열사가 종량제 도입을 확산할 때도 금융계열사들은 제외됐다.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이유는 금융권의 계정계시스템 등 주요 시스템은 사용량이 워낙 많고, 처리건수가 많기 때문에 이를 비용산정 기준으로 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비즈니스에 정보시스템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민감하고 크기 때문에 IT자산을 매각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거 외환은행이 한국IBM에게 IT자산을 매각한 후 토털 IT아웃소싱을 추진하려 했으나 금융감독원 반대로 무산된바 있다.
한 그룹의 금융계열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금융사 시스템은 비즈니스에 매우 민감해서 IT자산을 매각한 상태에서 종량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혜권·성현희·유효정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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