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석유보다 중요한 희소금속] (하)자립도 80%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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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튬·니켈 등 희소금속의 수입이 중단되면 우리나라 전자와 철강 등 주력 산업 공장은 모두 가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가 희소금속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희소금속 가격은 지난 5년간 천정부지로 뛰었다. 태양전지에 쓰이는 텔루르는 지난 5년간 877% 상승했다. 2차전지 재료인 바나듐은 567%나 올랐다.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캐나다 등을 통해 희소금속을 직접 수입하는 비율은 작지만 일본에서 이를 가공한 소재를 거의 전량 수입한다. 공급이 중단되면 산업은 ‘올스톱’에 가까운 피해를 보게 된다. 희소금속을 가공한 소재 부문은 대일 무역적자의 19%나 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희소금속 소재산업 발전 종합대책’이 결코 이른 대책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산업 생태계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택과 집중 절실=이 대책은 전 분야를 망라한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알맹이가 아직 튼실하지 못하다. 정부는 10대 핵심기술 개발에 10년간 3000억원을 쏟아붓지만 실제로 이를 나눠 보면 한 분야당 한 해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분야별 기술 및 자원 개발 등의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과 해당 사업의 철저한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 조기 상용화가 필요하거나 민간 부문이 힘들어 정부가 주도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핵심 희소금속 자원별 ‘연한시계’를 만들어 집중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자원외교도 중요=희소금속의 고갈 가능성이 크고 이들 금속 자원이 일부 국가에 편중된 만큼 자원 외교도 중요한 사항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2차전지 재료로 사용되는 니켈·망가니즈·리튬·인듐 등 7종의 희소금속은 조기 고갈이 예상된다. 희소 광물의 80%는 중국·캐나다·옛 소련·호주·미국 5개국에 매장됐다.

 일본처럼 경제 협력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 정부가 희토류의 미개발 광산이 많은 아프리카와 남미 및 아시아 국가들의 철도, 도로 등 광산 주변 인프라 정비사업에 엔 차관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일본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민간 분야 독려할 방책 있어야=소재 개발과 재활용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분야다. 일본은 인듐의 60%, 갈륨의 70%, 백금의 70%를 재활용하는 폐자원 순화소재화 기술 개발로 자원 부족에 대응한다. 지난 2007년에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희소금속 대체 재료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한 상황이다. 금은 원석 1톤에서 4g이 나오는 반면에 휴대폰 1톤에는 280g의 금이 포함돼 있다. 희소금속도 상당량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재활용 산업의 여지도 크다. 정부는 45개에 불과한 소재 기업을 앞으로 100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민간기업의 협력이 없이 불가능한 목표다. 정부는 산업의 선순환 구조 마련과 희소금속 자급률 80%를 달성하기 위해 산학연이 공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하고 제도적인 유인책도 내놔야 한다.

  이진호·이경민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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