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네트워크 강국이다. 현재 유선 분야에서 1 의 망고도화 계획을 가까운 미래의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영국 BBC 사장 일행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그들의 관심은 한국의 유무선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발전 과정에 이른바 ‘창의(創意) 산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네트워크 고도화가 콘텐츠와 같은 창의 산업의 활성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유무선 네트워크 고도화 결과로 창의 산업이 발전했는지 하는 질문이었다.
물론, 우리는 네트워크 고도화가 우선했고 서비스가 뒤따른 사례다.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는 이유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네트워크의 발전을 세계가 부러워하는 콘텐츠와 서비스 발전의 동력으로 이어가야 하는 우리의 과제를 되돌아보게 해서다.
영국은 최근 ‘디지털 브리튼’ 계획을 통해 네트워크 고도화에 국가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창의 산업의 미래가 네트워크 고도화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창의 산업이야말로 21세기의 먹거리 산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통신방송 콘텐츠를 보더라도, 2008년 세계시장 규모가 약 5800억달러로 반도체나 가전산업 규모보다 크다. 규모뿐 아니라 연관 산업 효과 면에서도 창의 산업은 21세기 먹거리 산업임이 분명하다.
소설 해리포터의 연관 산업 파급 효과는 1997년에서 2006년까지 10년 동안 30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작가인 조앤 롤링은 2007년 시리즈 마지막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도들’로 일주일에 65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총 재산은 이미 영국여왕을 능가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제작비 30억원의 겨울연가는 2006년 말까지 프로그램 판매수입이 제작비의 12배가 넘는 380억원이었고, 한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드라마 효과로 인한 관광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2004년 한 해에만 58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통신방송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와 만난다. 소비자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네트워크와 기기가 필수다. 이 세 요소가 선순환 관계를 유지할 때 진정한 의미의 통신방송 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이 통신방송 인프라 선도 국가임에 우리는 자부심을 느낀다.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TV 등 통신방송 기기 면에서도 세계강국임을 자타가 인정한다. 이에 비해 콘텐츠, 소프트웨어와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의 우리의 현주소는 갈 길이 멀다. 통신방송 콘텐츠 세계시장 점유율 2.8%, 소프트웨어 점유율 1.7%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한 애플 아이폰을 두고 세계시장은 물론이고 한국 소비자들이 보이는 관심과 반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요즘 통신방송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흔들리는 통신방송강국 위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콘텐츠, 서비스 분야의 취약성을 보완해 통신방송 가치사슬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런 노력을 거쳐 통신방송강국의 역량을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중심에서 창조 산업 분야로까지 확대했을 때 ICT 강국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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