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통신상품 약정 기간을 12∼24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등 소비자를 위한 통신 규제 개혁의 기치를 올렸다.
25일(현지시각) 유럽위원회(EC)는 소비자 권리 강화, 오픈 인터넷, 유럽 통신시장 단일화 등을 촉진하기 위한 12개 통신 혁신안을 내놓았다.
EC는 특히 통신 상품에 처음 가입할 때 설정할 수 있는 약정 기간이 최대 ‘24개월’을 넘지 못하게 했고, 소비자가 ‘12개월’도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통신사업자는 ‘소비자의 12개월 선택권’을 반드시 미리 알려야 한다.
이동통신에 평균 8.5일, 고정(유선)통신에 7.5일씩 걸리던 소비자의 사업자 전환(번호이동)도 1일로 줄인다. 소비자가 ‘하루’만에 사업자를 바꿀 수 있게 개정법안에 명시하기로 했다.
세 번 이상 관련법을 어긴 누리꾼의 인터넷 접속권을 제한하려던 ‘삼진아웃제(Three-strikes-laws)’는 제외된다. 시민의 민주적 기본권과 자유에 근거한 인터넷 접속권 보호안이 12개 규제 개혁안에 포함됐다.
비비안 레딩 EU 통신위원은 “새로운 ‘인터넷 자유 조항’은 유럽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위한 위대한 승리”라며 “특히 삼진아웃제를 확실하게 제외해 지식재산권과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더욱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다”고 전했다.
EC는 또 소비자가 어느 통신 서비스에 어떤 조건으로 가입됐는지, 배상·보상 관련 정보를 사업자로부터 제대로 제공받게 했다. 망 중립성(neutral)을 보장하고, 개인 데이터 침해와 스팸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며, 원활한 비상통신(112) 접근성을 보장하는 등 EC의 통신 규제 개혁이 소비자 권리 강화에 집중됐다.
이밖에 △국가 통신 규제기관의 독립성 강화(정치적 영향 배제) △새 유럽통신규제국(BEREC:Body of European Regulators for Electronic Communications)의 공정 경쟁 및 규제 일관성 보장 △EC 통신시장을 위한 구제·교정력 증대 △모든 유럽인의 광대역통신망 접속권 확장 가속(정보격차 해소) △차세대 접속(NGA:Next Generation Access) 통신망 경쟁·투자 장려 등을 규제 개혁안에 담았다.
EC는 다음달 12개 개혁 규제 법안을 공포하고, 내년 봄에 BEREC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어 2011년 6월 이전에 개혁안을 27개 EU 회원국별 법률로 못박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비안 레딩은 “EU 통신 개혁은 소비자 선택, 새로운 경쟁, 독립적인 통신 규제 체계, 경쟁적 설비 투자, 새로운 무선 서비스, 시민을 위해 열린 인터넷 등을 가져올 것”이라며 “개혁안이 경쟁을 증진하고, 27개 회원국을 포괄하는 규제에 따른 유럽 통신시장의 단일화를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딩은 특히 “(규제 개혁에 힘입어) 통신사업자에게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와 같은 새 기회가 열릴 것이고, 유럽의 디지털 경제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