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일 서울, 세계 최초로 지상파 모바일 멀티미디어방송 서비스가 시작됐다. ‘T-DMB(Terrestrial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라고 불리는 종합 멀티미디어 방송서비스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친숙한 매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현재 국내에만 2000만대 이상의 단말기가 보급됐다.
유럽의 선진국인 노르웨이는 자국의 모바일 방송 표준으로서 지난해 T-DMB를 채택했고 현재 ‘Mini TV’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말레이시아·이집트·베트남 등 여러 나라도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T-DMB는 TV·라디오·데이터 서비스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함께 제공되는 종합 멀티미디어 방송 매체다. 요즘 버스나 전철 안에서 휴대폰 혹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수신기를 이용해 TV 뉴스나 드라마를 보는 광경은 일상적인 것이 됐다. 자동차에 부착된 내비게이션은 DMB망으로 제공되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이용해 가장 빠른 경로를 안내해준다.
DMB는 외형적인 단말보급 대수나 성공적인 해외 진출, 다양해 보이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보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매체임에 틀림없으나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송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T-DMB는 도입 당시 기본적인 서비스는 모두 무료로 제공하기로 하여 방송사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료와 TPEG 같은 일부 유료서비스에서 창출해야 한다.
방송은 공익성을 표방하며 방송매체는 국민 모두의 것이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DMB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그럼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처방이 제시될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보다 많은 이용자들이 모바일 멀티미디어 방송을 시청하고, 유용한 콘텐츠를 DMB로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DMB는 매체 특성상 모바일 환경에서 작은 크기의 모니터를 이용해서 시청해야 한다. 작은 화면으로 시청해야 하는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작기에 손에 쥐거나 혹은 주머니 안에 넣어서도 휴대가 가능하니 말이다. 이 외에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서비스가 가능하고, 이동통신망과 연계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는 DMB 매체가 기존의 다른 방송매체들과 차별화되는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DMB 방송사들은 새로운 매체의 장점, 특성을 감안한 방송프로그램을 제대로 제작해 제공해왔을까.
사실 방송사들은 새로운 모바일 멀티미디어 방송매체인 DMB의 매체 특성을 외면했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 제작을 등한시하고 기존 프로그램들을 단순히 재송출해왔을 뿐이다. 이동통신시스템과 연동되는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도 제대로 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T-DMB는 전송량을 두 배로 늘린 AT-DMB(Advanced T-DMB)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양방향 서비스 기능을 강화시킨 DMB2.0의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DMB의 기술적인 진보를 의미한다. CPU 성능이 아무리 좋은 컴퓨터도 좋은 소프트웨어가 제공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DMB 기술을 발전시키는 노력 외에도, 매체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공급하는 것이 DMB 방송의 활로를 열어주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핵심이다.
방기천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장·남서울대 교수/bangkc@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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