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세계 일류화를 위해] (3부)녹색 생산기반기술 (6)용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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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접은 두 개의 금속 부품을 접합해 제품에 기능을 부여하는 ‘뿌리 기술’로 국내 3대 산업인 전자·조선·자동차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초 단위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늘, 용접은 생산성을 결정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제조업의 발달로 인해 국내 용접 기술은 범용 분야에서 나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선진국과 비교해 참담한 수준이다. 그동안 용접 분야에 대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등한시돼 제대로 된 원천 기술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막대한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우리 기술력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일본·미국 등 선진국은 간격을 벌리고 있다. 환경 규제가 촘촘해지고, 녹색 성장이 모든 국가들의 ‘화두’가 되면서 이에 대응한 용접 기술의 필요성도 점증하고 있다. 영세 업체 지원을 통한 용접 기술 확보, 에너지 효율 향상, 그린 표준화 시스템 구축, 미세 접합 등 정밀도 제고를 위한 소재 개발은 장기적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영세한 업체 중심의 시장, 그린 용접 개발 여력 없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용접 산업 규모는 42억달러(4조9000억원)며, 글로벌 시장(12조7000억달러) 중 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내 용접 산업은 조선 호황에 힘입어 5년간 연평균 12.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생산금액 기준으로 용접시공산업이 89%, 용접 기자재 산업이 11%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용접 업체 수는 679개며, 종업원 수는 1만2890명이다.

 외형적으로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전체 업체 중 85.6%가 종업원 2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용접생산액의 11%를 담당하고 있는 용접·접합 기자재 업체도 92.3%가 20인 미만의 영세한 규모다. 용접 설비도 열악한 편이며, 그린 용접 기술을 개발할 여력도 부족해 국제 환경규제에 사실상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용접 기술은 제조 생산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부가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조선업은 선박건조 비용의 35%를 용접 관련 지출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제조기업은 용접 부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용접설비 기술력도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제조업체들이 용접 기능공의 기량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고 생각해 장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용접설비 시장은 4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 700억원 정도만 국산이고 나머지는 해외 수입품이다. 국내 제품은 이익률이 채 2%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경쟁이 진행되면서, 영세 업체들은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설사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진행해도 노력에 따른 가치 인정 및 보상 시스템이 전무하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전문 인력은 ‘부족’ 정부 정책은 아직 ‘미흡’=국내 용접 산업이 뒷걸음질 치는 동안 글로벌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친환경 재료 및 공정을 향한 각 정부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환경 규제도 무형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6년 7월부터 해로운 물질을 사용한 전자제품이나 기기를 제한하는 ‘유해물질 제한지침(RoHS)’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도 EU가 정한 6가지 품목을 중심으로 RoHS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명 차이나 RoHS로 불리는 이 제도는 과학기기나 의학 장비에 환경 규제를 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도 정부 주도의 친환경 제품 개발 연구가 집중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

 인력 수급은 국내 용접산업의 기반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용접의 기본으로 불리는 아크 용접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은 매년 채 5명이 되지 않는다. 연구지원은커녕 제대로 된 연구개발도 힘든 실정이다. 젊은 인력들이 유입되지 않고 있어 용접 기능공들의 평균 연령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능공들의 고령화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시공기술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기업들은 자체 기술교육원을 거쳐서 체계적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 용접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의 기술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그린 용접의 핵심인 재료 기술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고품질 제품은 대부분 일본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21세기 국제 환경규제 대응, 그린 용접 등 고부가가치 분야 육성해야=범용 용접 기술이 점차적으로 중국으로 넘어감에 따라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인 특수 용접과 재료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조업이 IT 등 첨단 제품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제품의 경량화·소형화가 진행되고 있고, 소재도 복합재료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용접 및 용접재료(와이어) 기술의 고도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자동화 장비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영세 업체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중견기업을 육성해 기술 개발과 인력 확보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견 기업으로 규모 확대→그린 기술 개발→고부가가치→고용 창출이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주력산업별 핵심 고효율 용접 기자재 공동개발, 특화된 그린 용접 접합 기술 확보 및 정량화, 등급제 및 표준화 등의 밥법들도 정부와 업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강문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본부장은 “제품의 경량화, 소재의 복합화가 진행되는 속도에 비해 국내 용접 재료 및 장비 분야의 발전 속도는 굉장히 더딘 편”이라며 “특히 생산성 향상을 위한 용접 자동화 설비 개발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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