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거꾸로 가는 中企 정보화] (5·끝) 정책지원 틀을 바꿔라-우수사례/선창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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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창 ITS 한 직원이 목창호 부분 몰딩재 랩핑라인에서 생산정보화시스템(MES)에 생산실적을 입력하며 최종 테스트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내달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지난 2003년 ‘썬우드’ 브랜드로 유명한 모기업 선창산업에서 분사해 토털 인테리어솔루션업체로 자리매김한 선창ITS(대표 박재신 www.sunchangits.com). 다양한 업종의 공장이 늘어선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서 건물 겉모습만으로 선창ITS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선창ITS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확실히 색다른 기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수많은 시화공단 기업 가운데서 선창ITS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정보화’다.

 선창ITS의 정보화는 ‘생산성 향상’ ‘경영 효율화’ 같은 상징적인 목적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에서 시작됐다. 2003년 말 분사한 선창ITS는 오로지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정보화 카드를 택했다.

 선창ITS는 그간 선창산업의 품 안에서 하나의 사업 파트 형태로 있다가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자 홀로서기를 해야했다. 하지만 가구 산업은 ‘신흥’보다는 ‘사양’에 가까운 산업이었기에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선창ITS가 선택한 것이 바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을 통한 기업 정보화였다. 회사는 유대 관계를 갖고 있던 일본 동종업체 니혼후라시에 주목했다. 당시 국내 가구업계에는 ERP라는 말조차 생소했지만 니혼후라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철저하게 정보화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선창ITS는 2004년 말 회사 경영진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니혼후라시의 선진 사례를 확인한 후 본격적인 ERP 구축에 착수했다. 이후 회사는 생산계획(ASP)에서 생산관리(MES)에 이르는 ERP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구축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비즈니스 및 제조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했다.

 시공 현장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수주 프로젝트가 어떤 과정까지 진행됐는지, 재고는 어느 정도 규모인지 등을 선창ITS 직원이라면 누구나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월 1회에 그쳤던 시공실적 집계가 일 1회 체제로 바뀌었고, 재고량도 기존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장 재고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구매비용과 외주비용을 각각 10%, 5%씩 줄일 수 있었다. 생산성 향상 효과도 10%에 달했고, 불량률은 50%나 감소했다.

 수치화기 힘든 정성적인 효과도 적지 않았다. 정보 단일화와 추적관리 강화로 과잉재고 및 경영 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의 돌발상황으로 야기되는 생산라인 중단시에도 즉각적으로 원인을 분석한 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미 정보화로 많은 효과를 거뒀지만 선창ITS는 앞으로도 정보화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않을 계획이다. 아직 진행형인 ERP 프로젝트를 말 그대로 ‘전사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선창ITS는 회사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를 ERP 상에서 운용한다는 목표 아래 하루도 빠짐없이 관련 회의를 열며 정보화에 매진하고 있다.

<인터뷰>

 “정보화만이 기업의 생존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정보화 아니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직원들과 힘을 모아 ERP 구축 프로젝트에 매달렸습니다.”

 박재신 사장은 정보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2003년 말 분사와 함께 대표를 맡은 박 사장은 선창ITS만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정보화를 추진했다.

 박 사장은 “분사를 앞두고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처럼 저비용 국가에 진출해 회사의 수명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정보화를 통해 내실을 다질 것인지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를 택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분사 이후 독자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프로세스를 바꾸고 정보 공유가 필요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ERP 구축을 통한 정보화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부분 중소기업 정보화가 그렇듯이 선창ITS의 ERP 프로젝트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시공현장과 연계되는 가구업의 특성상 수시로 바뀌는 현장상황 때문에 정확한 자료 취합이 어려웠다. 직원들도 ERP의 혜택을 누리기보다는 오히려 ERP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박 사장은 경영자의 의지가 정보화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믿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보완해야 할 사안을 되짚었다. 마침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ERP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박 사장은 앞으로도 ERP 확대 적용을 통해 정보화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그는 “중소기업으로서 정보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가 비용뿐 아니라 산업현장에 정통한 업종별 ERP전문가를 통해 컨설팅 지원을 강화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