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 개최된 ITU-R WP5D 회의에서 IMT 어드밴스트 후보기술 제안이 마감되면서, 와이브로 기술 기반의 IEEE 802.16m와 기존 3G 표준을 주도했던 3GPP에서 제안한 LTE 어드밴스트 규격 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규격이 모두 다중안테나 기반의 OFDMA이라는 초고속 무선접속 방식의 패킷 통신 기술을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3GPP의 비동기식 CDMA를 채택한 기존 사업자들이 LTE 계열 규격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될 거라는 LTE 대세론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대세론을 받아들이기 전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몇 가지가 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고, 국내 업체가 표준화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와이브로가 본격적인 에코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기술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반면에 와이브로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3GPP의 기존 WCDMA 기술 진화에서 OFDMA 기반 기술 진화로 급선회해 만들어진 LTE 규격은 2008년 표준이 완성, 아직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이름으로 유무선 인프라 구축에 미흡했던 일부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10여개국에서 시스템을 구축, 올해 만도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데이터 중심의 진보적인 신규 사업자들도 출현하고 있다.
최근 한국통신학회 주최로 국내 4G 진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주도적인 모바일 시장의 도래’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로 인해 또다시 폭발적인 인터넷 성장을 경험할 것이라는 의견도 모아졌다.
이날 패널토의에 나선 김용진 모다정보통신 연구소장은 폭발적인 성장인 예상되는 차세대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와이브로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와이브로가 4G 시장 선점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검증된 와이브로 망으로써 인터넷의 개방성이 실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상상력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LTE 어드밴스트 표준과 IEEE 802.16m 표준이 실질적으로 격돌할 때면, 이미 우리는 와이브로로 선점한 시장과 아무도 먼저 경험하지 못한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지적했다.
이날 토의는 2G시장에서 CDMA를 국내 기술 기준으로 채택했던 배경도 상기시켰다. 당시 GSM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휘말렸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 최강의 휴대폰 생산국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CDMA 기술 개발이 지연되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기준을 고수했던 그 당시 정책적 의지를 지금의 정책 입안자들은 다시 한번 더 상기해야 한다.
이동통신 강국들은 자국의 실리를 위해 부단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자국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세밀한 정책적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있을 주파수 재배치와 4G 주파수 할당 등 산적한 정책적 과제와 함께 이 같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그동안 부진했던 국내 와이브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수립되고 있다. 와이브로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4G의 초석이 돼 국내 정보통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도록 해야 한다. 자국의 실속을 위해 타국 기술에는 배타적인 일부 국가의 힘에 대응하기 위한 현명한 4G 진화 전략이 필요하다.
강충구 고려대 교수 ccgkan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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