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Cover story-M&A에 따른 IT통합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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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4월 일본 후지은행, 제일권업, 일본흥업은행 등 3개 은행이 합병해 탄생된 일본 최대 은행인 미즈호은행의 통합 정보시스템이 가동됐다. 그러나 가동 첫날부터 입출금자동화기기(ATM)와 온라인, 자동이체 등의 서비스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됐다. 그나마 ATM 서비스는 조기 정상화됐지만 자동이체시스템의 장애는 상당히 오랜 시일 지속됐다. 미즈호은행의 통합시스템 전산장애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미즈호은행의 싯가총액이 20%나 사라졌다. 미즈호은행의 IT통합은 2000년 들어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실패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 지난 2006년 1월 일본 도쿄미쯔비스은행과 UFJ은행이 합병해 당시 최대 은행인 미즈호은행을 제치고 제1의 은행으로 도쿄미쯔비스UFJ은행이 출범했다. 이후 도쿄미쯔비시UFJ은행은 2년여 기간동안 약 3조3000억원을 투입해 옛 두 은행간의 정보시스템 통합을 추진했다. 이 결과로 2008년 5월 250여개 지점을 대상으로 1차 통합 정보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러나 1차 적용부터 심각한 전산장애가 발생됐다. 일본 국민들이 과거 미즈호은행 전산장애를 연상할 정도였다. 도쿄미쯔비스UFJ은행의 통합 정보시스템도 과거 미즈호은행과 동일하게 타은행 이체시스템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다.

 위 두 일본 은행의 사례는 2000년대 들어 대표적인 대규모 합병에 따른 IT통합 사례다. 두 은행 모두 합병 직후 당시 일본 내 제1의 은행이었다. 그러나 두 은행의 IT통합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나란히 기록돼 은행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최고 임원이 해직되기도 했다. 이처럼 두 은행의 IT통합이 실패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는 합병 초기부터 IT통합에 대한 분석이 없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서도 과거 은행권을 중심으로 합병에 따른 IT통합이 진행됐다. 국내 역시 사전 IT분석 없이 통합을 추진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인수합병(M&A)이 일어나고 있고 또 일어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자칫 비핵심영역으로 인식했던 IT통합의 실패로 인해 M&A 자체를 실패 사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합병 시 반드시 사전 IT영향 분석 필요=일반적으로 M&A가 이뤄질 때 IT는 사전분석 단계와 인수합병 후의 통합단계를 거쳐 최종적인 통합이 이뤄진다. 그러나 국내 합병 사례에서는 IT영역에 대해서는 사전분석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게임 서비스 업체 등 IT기업을 제외하고는 IT영역이 인수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변호사와 회계사로 구성된 인수팀에서 피인수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하고 마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합병 후 진행하는 통합작업인 PMI에서도 해당 팀에 IT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PMI 막바지에 가서 PMI팀 내 비IT인력이 IT통합 방안을 마련해 IT팀에게 제시해 주는 사례가 종종 발생된다. 이럴 경우 IT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IT팀은 정확한 합병 시너지를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IT적인 통합만을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들이 통합시스템 가동 후 장애를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컨설팅 등 PMI 사업을 다수 수행한 컨설팅 업체의 전문가들은 합병 후 통합을 위해 합병 이전부터 피인수 기업에 대한 IT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체크리스트 준비가 필요하다. 체크리스트 항목은 △IT투자비용 포트폴리오 △IT소싱 현황 △IT역량 △애플리케이션 및 IT인프라스트럭처 적정성 여부다.

 IT투자비용 포트폴리오는 지난 몇년간의 IT비용 추이 분석과 IT중장기 전략 및 연간 IT사업계획을 반영해 IT비용을 예측해야 한다. IT비용 분석은 IT투자에 의한 최적의 비즈니스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 예산과 운영예산을 별도 파악해야 한다. IT소싱 현황에 대해서는 핵심 소싱 계약 내용, IT서비스를 소싱하고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과 관련된 의사결정방법, 소싱 계약에 따른 이점과 불리한 점을 분석해야 한다. IT역량에 있어서는 IT의사결정, IT전략수립, 솔루션 개발, 아키텍처 관리, IT서비스관리, IT리소스 관리를 위한 조직, 프로세스, 인력구조 등 전반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어 IT PMI를 위한 범위와 수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M&A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경영권 인수만을 위한 것이라면 양사간의 회계 및 경영정보시스템에 대한 통합이나 연동만을 고려하면 된다.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의 시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양사간의 전 정보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한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인·조직 통합에 필요한 IT통합인 데이(Day)1과 정보시스템 통합에 필요한 Day2의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Day1 통합은 무엇보다도 고객, 공급자, 임직원에 대해 통합법인으로 동일한 이미지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따라서 통합되는 영역도 이메일시스템, 홈페이지, 임직원ID시스템 등이 해당된다. Day2 통합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부 시너지를 확보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운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프로세스, 애플리케이션, 인프라스터럭처에 대한 아키텍처를 설계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를 도출해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이를 수행해야 한다.

 안효성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IT PMI 진행 시 반드시 Day1 통합에 무엇이 포함돼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면서 “또 IT통합 이전에 가능한 기술표준을 마련해 양사의 IT자산 중 선택해야 할 것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내 M&A에 따른 PMI 사례 늘어=최근 들어 M&A에 따른 IT PMI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사례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 옛 밥캣)의 PMI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는 DII와의 IT통합을 위한 정보화전략수립(ISP)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포함한 전체의 정보시스템에 대한 IT통합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 중 SAP 패키지를 적용한 두산인프라코어와 오라클 패키지를 적용한 DII의 ERP 통합 방안 마련이 핵심이다.

 KT도 옛 KTF와의 대규모 통합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KT는 이를 위해 블루프린트라는 컨설팅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옛 KTF의 영역을 포함해 프로세스, IT, 조직 전반에 대한 통합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정보시스템도 인사, 물류, 관리회계, 공급망관리(SCM) 등 전 시스템이 해당된다. KT 역시 각기 다른 패키지를 사용하고 있는 ERP 통합이 관건이다. KT는 오라클 기반으로, KTF는 SAP 기반으로 이뤄져 있다.

 그룹 내 계열사간의 합병에 따른 IT통합도 활발하다. LG그룹 내에서는 지난 7월 합병한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IT통합을 추진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08년부터 재무, 인사 지원을 위한 ERP 통합을 진행해 완료했다. 그러나 생산관련 ERP 시스템은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 통합을 추진하지 않았다. 코오롱그룹의 주식회사코오롱과 Fnc코오롱이 지난 7월 합병했다. 이어 이달에는 캠브리지와 코오롱패션이 합병했다. 주식회사코오롱과 Fnc코오롱은 ERP시스템은 통합을 추진했지만 SCM은 기존 시스템을 각기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사업영역이 각각 섬유사업과 의류사업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세스도 다르다.

 박두원 딜로이트컨설팅 부장은 “합병을 한다고 해서 프로세스나 정보시스템을 통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면서 “사업영역이 다르고 프로세스가 다르면 굳이 통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팬택계열과 팬택앤큐리텔이 오는 12월 29일 법인통합에 맞춰 프로세스 및 정보시스템 대한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또 내년 1월부터는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가 Day1에 이어 기간계시스템 통합을 추진하는 Day2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 등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많은 기업들에 대해 M&A가 이뤄지게 될 경우 IT PMI가 꾸준이 전 산업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김진섭 액센츄어 상무는 “최근 들어 M&A를 진행한 많은 기업에서 PM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IT에 대한 사전분석을 진행하지 않고 IT통합을 착수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이로 인해 여전히 IT통합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PMI(post-merger integration)=인수합병(M&A) 이후의 IT를 비롯해 조직, 문화, 정책 등을 통합하는 쳬계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기존의 M&A가 합병후 조직의 통일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의도했던 만큼의 주주가치 창출이나 경영성과를 이루지 못하자 그 대안으로 1990년대말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다. 인수합병 이후 예상되는 조직의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조직의 비전과 경영자의 리더십·가시적 성과·기업문화·커뮤니케이션·리스크 관리 등이 성공의 열쇠로 평가된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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