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세상읽기] SF와 복제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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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의 미덕 중 하나는 현실에서 감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위험한 발상들을 허구라는 형태로 자유롭게 선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예민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제인간이다.

 복제인간이 현실화되면 그들의 삶이나 인권은 어떻게 될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복제인간을 장기 적출용이나 사고 대비용 대역 등 하나의 수단처럼 대하려 한다. VIP들을 위해 복제인간을 만들어 두었다가 유사시에 ‘소모’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내놓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지극히 위험한, 반인륜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여섯 번째 날’이나 ‘아일랜드’ 등 복제인간을 다룬 SF영화가 이미 적잖게 선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액션 스릴러의 성격이 강해서 이야기가 던지는 논점이 흐릿한 것이 아쉬웠는데, 올해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 ‘더 문’은 군더더기 없이 이 테마에 집중해 묵직한 감동과 화두를 던지고 있다.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달에 있는 막대한 양의 헬륨3는 최적의 자원이 된다. 방사능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핵융합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헬륨3는 추출과 운반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이 있으려면 다른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달의 헬륨3 채굴권을 가진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달 광산에 직원들이 상주하려면 그들의 거주와 복지, 급여는 물론이고 지구까지 왕복하는 데에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달에서 일하는 인원을 최소화하고 채굴이나 운반 과정에 필요한 장비들은 모두 무인 로봇 기능으로 가동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이 ‘최소 인원’은 어쩌면 단 한 명으로까지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한 명도 지구에서 계속 교대 인원이 갈 필요 없이 반영구적으로 달에만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생존은 결국 영리 추구에 달려 있다. 지금껏 숱하게 그래 왔듯이 기업은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물론 기업도 사회 일반의 도덕률에 반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결국은 정치와 로비를 통해 사회의 법과 제도를 바꾸면서 기업의 논리를 관철시키곤 한다. 곧 닥쳐올 우리의 미래에 새로운 과학기술은 과연 어디까지 우리의 도덕률을 시험에 들게 할까. ‘더 문’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설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제작비도 많이 들지 않은 소품이라 SF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영화계에 여러모로 귀감이 된다. SF라면 많은 제작비를 들여 화려한 영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영화계에는 적지 않다. ‘더 문’은 잘 쓴 시나리오와 깔끔한 연출이야말로 모든 영화의 기본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수작이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여우주연상(김옥빈)을 탄 올해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더 문’은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남우주연상·미술상을 휩쓸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업이 한미 합작사로 설정된 것이 어쩐지 반갑지만은 않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 cosm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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