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에 따른 사회 혼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찬바람이 일면서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신종플루의 확산 속도와 백신접종 일정을 감안하면 향후 두 달은 신종플루 파동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홍역이라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종플루 확산에 대응해 전국 초·중·고교생의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11일 일제히 시작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생 637만명 중 90.8%인 579만여명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백신 접종을 받기로 했다. 학생층 대부분이 12월 초까지 신종플루 항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백신접종은 신종플루 확산에 주요 허브 역할을 해온 학생들의 집단감염을 막는 차단벽을 세운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성인집단은 어차피 올해는 넘겨야 신종플루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 10일 발표한 신종플루 발생 현황에 따르면, 10월 마지막 주 표본의료기관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환자는 41명으로 집계됐다. 한 주 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항바이러스제도 지난주 10만명분이 투약돼 한 주 전에 비해 50% 증가했고, 중증 환자도 97명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망자 역시 10일 현재 전체 52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전국 의료기관에 타미플루가 제때 충분히 공급되고 학생들에게 접종이 시작된 신종플루 백신이 정상적으로 항체를 만든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플루확산 속도는 오는 12월 말부터 눈에 띄게 감소하고 사회혼란 역시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의 20∼30%가 백신접종 또는 감염과정을 거쳐 특정 바이러스의 항체를 지니는 시점부터 관련 질병의 전파속도 역시 급감하기 때문이다. 신종플루에 대응하는 양대 무기인 타미플루의 처방건수와 백신접종 일정을 고려하면 늦게 잡아도 내년 1월 초순까지는 신종플루 확산속도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으로 두 달이 신종플루로 인한 인명피해와 경제손실을 최소화하는 결정적 시기가 될 전망이다.
◇신종플루 억제를 위한 조치=정부는 지난 여름 신종플루 발병 초기 경제타격을 우려해 ‘신종플루는 별것 아니다’ 또는 ‘계절성 독감보다 약하다’는 식의 낙관적 정보만 국민에게 알려서 혼란을 키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전자신문은 신종플루가 확산되는 주요 상황을 가정한 17단계 시나리오를 이미 소개한 바 있다. 본지 9월 3일자 17면 참조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신종플루 확산 수준은 신종플루 확산 11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1단계는 본격적인 2차감염이 시작돼, 사망자가 급증하고 주가하락 등 일부 경제적 여파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 신종플루 진행이 멈추고 소강상태로 진입하는 것. 올 겨우내 신종플루 인명피해를 최다 100명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억제하는 것이 현재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비록 집단환자 발생건수가 한 주 전에 비해 37% 감소했고 휴교 학교도 144곳으로 한 주 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는 하나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지금처럼 유치원·학교의 집단휴교령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날씨변화에 따라 감염환자가 다시 폭증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연말까지 신종플루 확진환자 수가 20만명 정도로 증가하고 추정환자가 400만∼500만명이 되는 시기에 도달하면서 경제적 후폭풍도 심해진다. 효과적인 확산 방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영역별로 신종플루 대책을 수립해서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한다.
특히 기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와 달리 직장은 생계목적이 있어 직원들이 신종플루에 걸렸다고 해서 금방 문을 닫는 휴업조치를 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신종플루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기업체는 연말까지 평균 20% 인력이 신종플루에 걸려 5∼7일의 격리치료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비상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박 부장, 김 대리 또는 사장님까지 갑자기 회사에 못나오면서 업무전반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노동력 손실과 핵심인력 결근 등으로 인한 업무중단은 거의 모든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전망이다.
한 기업체에서 직원 20%가 예기치 못한 결근사태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경제전반에 연쇄적으로 확산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다른 영역보다 더욱 철저히 대비해 확산 방지와 노동력 상실로 인한 다양한 경영 위험을 최소화할 준비에 발빠르게 나서야 한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신종플루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줄이려면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기업시스템이 가동되도록 미리 비상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종플루 기업대응 수칙-
◇업무별 대체인력을 지정하라=기업은 신종플루 확진자 발생 시 해당 업무를 누가 대신할지 업무조정안을 미리 만드는 등 업무별 대체인력을 지정해야 한다. 직원들의 업무분담을 명확히 하고 최소 2명 이상의 직원이 업무를 파악하도록 조직을 구성하자. R&D·기술·마케팅·영업 부문의 핵심인력은 임원급을 실무에 투입할 복안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주요 협력사의 담당자가 신종플루로 부재 시 대안도 동시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가·재택근무 대책을 준비하라=몸이 불편한 직원에게 결근처리 같은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한다. 감염의심자가 억지로 출근하면 회사에 훨씬 더 큰 피해가 돌아온다. 비정규직에게는 신종플루와 관련해서 상식적인 인사관리가 시행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의 적극적 행정지도가 요구된다.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라=직원은 건강해도 가족 중에 신종플루가 발생하거나 유치원 및 집단휴교로 인해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직원에게 출퇴근 시간을 엄격히 정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기한 내 처리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업무시간을 선택하게끔 배려해야 한다. 가족 중에서 신종플루 확진자가 있는 직원의 위생대책도 고려해야 한다.
◇격리된 사무실을 미리 준비하라=감염 의심자나 확진자로서 치료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꼭 회사에 나와서 업무를 수행해야 할 직원을 위해서 다른 직원과 격리된 사무공간을 미리 준비한다. 몸이 좋지 않을 때 별도의 사무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은 자신과 동료들을 위한 의무다.
◇사이버테러 대비에 대비해 주요 자료를 백업하라=신종플루로 불안감이 가중된 사람들은 전화통화,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전자상거래 등 온라인 서비스에 의존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신종플루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국내에서는 휴대폰 통화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직접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전화통화로 대체하려는 불안심리 때문이다. 사람들이 바깥 외출을 자제할수록 과부하가 걸린 전산망은 지난 7월 DDOS 공격과 같은 사이버 테러 위협에 노출된다. 악성해커들에게는 전산망을 공격하기에 절호의 기회가 오는 셈이다. 기업체는 중요한 자료를 미리 백업해 놓아야 한다. 정부·공공기관도 사이버 보안수준을 지금보다 한층 강화해야 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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