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속가능경영은 일부 대기업만의 고민이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과 구현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애버딘 그룹이 제조기업 177개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 프로그램 운영 여부를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 프로그램에 꾸준히 투자해온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제조운영 비용 효율성 △경쟁력 향상 △공급업체와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가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경쟁력 강화 위해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투자=조사를 실시한 애버딘그룹은 일부 기업에선 지속가능성에 대한 장기적 관점을 통해 재무적 성과와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가지 실질적인 비즈니스 혜택을 확실히 획득해온 반면,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의 잠재적 효과에 대해 아직 의문을 갖고 있는 기업도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는 제조기업들은 투자 이유로 △시장 경쟁력 획득(40%) △현재 및 미래 법규제 준수 강화(39%) △재무적 수익 기여(38%) △고객의 친환경 제품 요구 대응(29%)을 꼽았다.
또 거의 모든 제조기업의 임원들은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이 기업 경영에 기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실제 재무적 성과로 환원한 기업은 일부였다. 심지어 제조기술과 지속가능성이 별로 연관이 없는 것으로 답한 기업도 있었다.
이 조사는 177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으로, 애버딘그룹은 조사 후 합산된 성능지수를 기준으로 상위그룹 20%와 중간그룹 50%, 하위그룹 30%로 구분했다. 조사 결과, 상위 20%의 기업은 △탄소배출량 감소 △전력소모 감소 △계획 대비 실질 운영 수익 △설비종합효율(OEE)에서 모두 앞선 결과를 보였다.
특히 선두그룹의 OEE는 89%로 하위그룹의 65%보다 무려 24포인트 높았다. OEE(Overall Equipment Effectiveness)는 목표한 가동 범위에 대한 적절한 프로세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 품질과 공급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장비와 인력을 포함한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를 보여준다. 프로세스의 유용성(Availability)과 생산성(Productivity), 결과물의 품질(Quality)을 결합해 전체적인 능률을 측정한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제조업체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이 제조 생산성에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계획 대비 실질 운영 수익에서도 선두그룹은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계획 대비 실질 운영 수익은 기업 예산에서 계획됐던 운영 수익과 실제 운영 수익간의 차이를 말한다. 선두그룹은 운영 수익이 19% 초과한 반면, 하위그룹은 5% 못 미쳤다.
◇설비종합효율 향상과 재무적 성과로 도출=이들 선두그룹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우선 최고 지속가능경영 임원(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보시스템에서 임원들이 탄소배출 및 전력 소모 현황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데이터 가시성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서 역할에 기반한 정보 가시성을 실시간 제공하기 위해 리포팅과 대시보드, 분석(애널리틱스) 툴에 대한 투자가 높았다.
이는 중간 및 하위그룹에 있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으로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준다. 애버딘그룹은 우선 공식적인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에 속해 있는 산업군에 따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요건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유 및 가스 산업에서는 환경관리와 안전성이 중요하고 시멘트 산업에서는 전력관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또 식음료 업종에서는 폐기물 관리가 중요하다. 기업 임원들은 산업군에 따른 핵심 이슈를 철저히 분석, 이해하고 공식적인 지속가능성 어젠다를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는 강력한 CSO를 임명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의 비전은 최고 경영진 차원에서 개발되어야 한다. 전적인 예산 집행권과 직접적이고 강력한 지원 없이는 전략, 프로세스, 협업에서 변화가 발생할 때 구현 작업이 대단히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애버딘그룹의 조사에서도 선두그룹에 속한 기업 70%가 최고수준의 임원을 CSO로 두고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전사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강력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성 확보에 IT 지원도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데이터 수집을 자동화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실시간 기업과 기업 성능 극대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애버딘그룹은 대시보드와 분석 툴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 데이터가 적절한 의사결정자들에게 적절한 형식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박스기사>
Case Study : 델몬트 푸드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델몬트 푸드(이하 델몬트)는 지난 2007년을 델몬트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구축한 원년으로 삼고 있다.
델몬트는 아직 공식적인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초기 단계라며 △천연가스, 전기, 수도 등 효과적인 자원 활용 △재생자원 선택, 원료 최적화, 포장 디자인 등에서 자원 낭비 최소화 및 재활용 디자인 △커뮤니티 지원, 직원후생복지 및 안전 등 사회적 책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델몬트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의 주요 동력은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된 기대치다. 투명성,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내 가시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델몬트 IT 관계자는 “지난 6∼18개월 동안 지속가능성에 대한 많은 관심이 일어났고 여기에는 정보를 보다 공개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첫 단계는 기업 책임성 리더십 팀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팀은 지속가능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델몬트의 부서마다 차출된 부사장과 총괄이사 등 임원진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빈번한 회의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지속가능성 관련 이슈를 토론하고 내부 벤치마킹을 실시했다.
델몬트는 EH&S(Environment, Health and Safety) 솔루션 패키지를 도입해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관련된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했으며 매월 기준치와 비교해 조정해 나가고 있다. 델몬트 본사와 공장의 엔지니어링 팀은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는데, 에너지 프로젝트들은 비용 관리, 특히 천연가스 비용 관리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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