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관시스템(UNI-PASS)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하루 2조8000억원 이상의 수출입통관 업무에 차질이 발생합니다. 시스템 장애가 국가 무역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관세청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맡고 있는 서윤원 국장은 전자통관시스템을 국가 물류의 핵심인프라라고 소개하며 시스템 안정성과 고도화가 자신의 핵심 업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의 전자통관시스템은 수출입 통관 관련 업무를 100% 전자방식으로 원스톱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1990년대 중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앞서 개발된 이후 최근까지 국내 수출입신고체계를 발전시켜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 시스템을 통해 매년 1억6000만건 이상의 전자문서가 실시간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또 세계관세기구(WCO) 회원국 170여개국 중 가장 빠른 통관처리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수출통관 작업이 2분 이내, 수입통관 2.5시간, 관세환급 5.2시간, 세금납부가 10분 이내에 처리되고 있다.
또 2006년에 통관분야로는 세계 최초로 ISO 20000 인증을 획득했으며 올해 재인증 심사를 거쳐 전자통관시스템의 모든 프로세스가 국제표준에 맞게 운영되고 있음을 지난 9월 검증받았다. 이는 카자흐스탄, 도미니카, 몽골 등 여러 국가에 전자통관시스템을 수출하는 데도 일조했다.
서윤원 국장은 관세청이 공기관 중 유일하게 ‘실시간’ 대용량 업무가 처리되는 곳이라며 “신속한 물류 흐름과 통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공급망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 일반 제조기업과 유사한 정보시스템 성격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통관시스템 안정화가 최우선순위=전자통관시스템이 관세청 정보시스템의 핵심축인 만큼 서윤원 국장도 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안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전자통관시스템의 안정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전자통관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조기경보시스템은 고객의 불편신고가 있기 전에 장애를 사전 감지하고 자동으로 복구하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구축 완료한 이 시스템으로 인해 관세청은 기존 1시간 이상 소요됐던 시스템 복구 시간이 현재 3분 이내로 대폭 단축됐다. 하루에도 수 차례에 걸쳐 장애 관련 이상 징후가 감지되지만 대부분 인력 개입 없이 자동으로 장애를 해결하고 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서윤원 국장은 “이번에 구축한 조기경보시스템의 경우 국내외 많은 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몇 달간 세계은행과 함께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연이어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으며 이 시스템에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그동안 개별 관리하던 위험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통합위험관리시스템도 함께 구축했다.
싱글윈도(통관단일창구) 시스템의 연계확대사업도 올해 관세청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였다. 이 시스템은 수입통관을 위해 여러 관련 기관에 중복해 자료를 제출하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입 요건확인기관 및 은행 등과 전산망을 연계해 개발한 것이다. 2004년부터 개발해 단계적으로 연계기관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올해는 환경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2개 기관을 추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로써 내년부터는 총 17개 연계기관의 31개 서식을 하나의 창구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올해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국내의 수출입 관련 공급망에 대해 업체의 성실성과 안전성 등을 심사, 인증할 수 있도록 종합인증우수업체(AEO)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WCO에서 제시하는 데이터모델(DM) 3.0을 적용한 전자문서표준관리시스템도 구축 완료했으며, 각종 데이터의 품질 제고를 위해 관세행정데이터 정제사업 등도 추진했다.
◇전청 단위의 BPR/ISP 수립 한창=서 국장은 요즘 관세청 전체 업무를 대상으로 업무프로세스재설계 및 정보화전략계획(BPR/ISP) 프로젝트에 한창이다. 5년을 주기로 진행되는 사업이긴 하지만 이처럼 전청 단위로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 국장은 “개별 부서 단위별로 신제도와 기술 도입뿐 아니라 부처 간 무역·물류 주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함에 따라 전청 단위의 통합 설계가 필요하다”며 “또한 글로벌 통관단일창구 구축을 위한 관세행정 전체 프로세스 재설계 등 전청 단위의 BPR/ISP 수립이 요구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이 작업은 오는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중장기 전략이 수립되면 전 세계의 세관망을 연결하는 글로벌 싱글윈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합공급망관리(ISCM)를 위한 별도의 전산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서윤원 국장은 물류보안 및 정보보안 분야에도 관심이 높다. 관세청의 경우 관세 등 세수를 확보하고 있고 각종 기업 활동 지원을 위해 여러 중요 정보들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물류보안을 담보해 줄 수 있는 CSD(Container Security Device), 스마트 컨테이너 등 첨단 물류보안 IT장비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정보보안을 위해서도 통합보안관제센터를 구축하는 등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사이버테러와 해킹 등 사이버침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망과 업무망을 분리해 침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했다. 또한 하드디스크가 없는 인터넷 전용 PC, 자료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USB 등도 도입했다. 그는 “11월 중으로 생체정보 인증방식인 지문인식 마우스를 도입해 주요 정보시스템 접근에 대한 보안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향후 해킹방지용 신기술을 접목한 전용 장비를 도입해 새로운 방어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 국장이 25년 넘게 공직자 생활을 해오면서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업무에 임하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에는 관련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포함된다. 물론 이를 위해 관세청 내에서도 최적의 업무 환경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는 “국세청의 전자통관시스템이 세계 통관업무의 표준을 이끌 정도로 선두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직원 개개인의 업무 노하우와 전문성을 시스템에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의 경우 오래전부터 현업 직원들이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IT 교육을 받고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업무의 프로세스 아키텍처를 직접 설계하는 등 정보화 업무에 깊숙이 관여한다.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가장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만들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것이 바로 국내 관세청 정보시스템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프로필>서윤원 국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서윤원 국장은 1983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1984년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관세청 국제협력과장, 통관기획과장, 조사총괄과장, 관세국경관리연수원장 및 정보협력국장 등 25년간 관세행정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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