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이 성장일로를 걷고 있지만 정작 국내생산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산 비중이 축소되면서 애니콜의 세계적인 성공신화가 국내 부품 시장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해 ‘고용없는 성장’을 고착화하고 있고, 협력 부품업체들은 실적 악화에 허덕이는 ‘외화 내빈’이라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전 세계 휴대전화 판매실적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6% 증가한 6천20만대로 집계됐다. 3분기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3∼7% 줄어든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히려 고른 성장을 보이면서 21%의 점유율을 기록, 연간으로는 2억대 판매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 성장은 주로 글로벌 생산 확대에 따른 것으로, 삼성 휴대전화의 국내생산 비중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국내 생산량 자체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총 판매대수는 9천810만대로, 이중 국내 구미공장의 생산량은 전체의 29.3%인 2천879만대에 불과했다. 2005년의 경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글로벌 생산량은 1억300만대, 구미공장 생산량은 7천700만대로 국내 생산량 비중이 75%에 이르렀다. 이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글로벌 생산량은 2006년 1억1천400만대, 2007년 1억6천100만대, 지난해 1억9천700만대 등으로 급증했지만 국내 생산량은 2006년 7천200만대, 2007년 8천400만대, 2008년 6천800만대 등으로 전반적인 감소세를 나타내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2천879만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국내생산 비중은 2006년 63%, 2007년 52%, 2008년 35% 등으로 하락하다가 급기야 올해 상반기에는 3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6번째 해외 공장을 베트남 하노이에 준공, 본격 가동에 들어가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을 통해 생산량을 내년에 월 600만대 수준으로 높이고 향후 시장 수요 등을 감안해 연간 최대 1억대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으로, 내년부터는 구미 공장 생산량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05년 이후 국내생산 비중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해 글로벌 생산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1위인 노키아를 따라잡으려면 특히 신흥시장의 경우 현지 생산체계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이뤄 이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춰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글로벌 플레이어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에 따라 국내 구미사업장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제조혁신 기지 역할을 수행해왔고, 중국 톈진과 후이저우, 선전, 브라질, 인도, 베트남 등의 해외 생산공장은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휴대전화 국내생산 비중은 물론이고 생산량 자체도 최근 몇 년간 감소하면서 국내 휴대전화 부품업체들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2009년 상반기 휴대전화 부품업체 경영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공급업체인 A사의 매출은 2007년 600억원에서 올해 450억원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생산 확대는 외부 환경 변화 대응력이 부족하고 경쟁력이 열위에 놓인 부품업체들의 성장에 위협적인 요인”이라며 “내부 전속 시장(Captive Market)을 붕괴시켜 국산 부품 채용이나 부품업체 매출의 직접적인 감소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없는 성장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국내 생산량 축소는 아쉬운 대목”이라며 “효율성을 높여야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국내 대표기업이라면 국내 부품 업체들의 동반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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