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09’에는 비행기뿐 아니라 전차와 개인화기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가 함께 전시됐다. 국산 주력전차인 K1A1과 ‘디지털 흑표범’으로 불리는 K2 등 실물로는 접하기 어려웠던 지상군의 무기들 역시 모처럼 한자리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무기들 속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아자동차에서 출품한 ‘소형 전술차량’의 컨셉트카였다.
소형 전술차란 기존의 0.25톤 군용차(흔히 ‘지프차’라고 부르는 K111, K131 시리즈)와 1.25톤 군용차(닷지, 스리쿼터 등의 K311 시리즈)를 통합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차종이다. 0.25톤의 크기 및 적재량 한계를 극복하고 1.25톤의 부족한 전투력을 보완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고기동성과 다목적성, 생존성, 수송성 등 다양한 전술능력을 확보한 소형 전술차 개발은 세계적 추세로, 기아자동차는 ‘한국형 고기동 소형 전술 차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군에서도 수년 내에 업체 선정을 거쳐 이러한 차량을 실전 배치할 예정으로, 기아 측 전시차는 그에 대한 제안 모델이었다.
관람객 중 상당수는 이 차를 ‘기아에서 만든 허머’로 인식하는 듯했다. 디자인과 크기에서 허머(Hummer)와 유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허머라는 차도 본래 미군의 ‘HMMWV(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다목적 고기동 차량)’ 개발에서 비롯됐다.
기아 측 소형 전술차는 길이 5m에 폭 2.15m, 높이 2m의 크기고 빈 차 중량이 3톤, 적재량이 1.8톤이다. 이 5톤에 가까운 무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기아 모하비 엔진을 개량한 3.0리터 디젤엔진과 중간변속기 일체형의 전자식 자동변속기. 네 바퀴를 굴려 31도의 종경사와 21도의 횡경사, 760㎜ 깊이의 물을 건널 수 있으며, 영하 32도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ABS와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타이어, 전자식 타이어 공기압 조절장치를 갖췄고 냉난방장치와 항균필터, 유해가스 차단장치까지 달렸다. 전시차는 4인승 버전이었지만 이 외에도 임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향후에는 하이브리드나 연료전지, 전기구동계를 이용한 친환경 군용차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
한편, 기아차가 출품한 중형전술차량(소대병력 탑승이 가능한 보병부대 수송용 방탄차량)과 민수용 모하비를 개량한 지휘차량 역시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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