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디어다 -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
오형일 지음, 봄날 펴냄.
그 방송국에 가면 중증 장애아를 키우는 ‘담장 허무는 엄마들’과 ‘나도 DJ’라며 친구들 이름을 부르는 초등학교 5, 6학년생 음반지기가 있다. 지체장애인이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는 ‘백발마녀와 돼랑이의 만만한 세상’도 있고.
성서공동체FM(SCN)이 내보내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들이다.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311-30번지를 중심으로 반경 5㎞ 안팎에만 들린다. 뭐 이런 방송국이 있을까 싶겠지만, 출연자가 직접 기획·구성·진행하고 청취자와 제대로 소통하는 미래형 방송이다.
“라디오는 매일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요. 동네 슈퍼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오늘이 누구의 생일인지를 얘기하죠. 지금, 여기, 공동체 라디오가 있고, 필요한 것은 더욱 건강하고 확장된 무선의 파동(방송)을 계속해서 꿈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윤진 미디액트 편집위원의 입을 빌려 전하는 ‘이미 오늘의 이야기가 된 내일의 방송’ 모습이다. 개인의 이야기가 들끓고, 공동체를 응원하는 게 ‘내일의 방송’이라고 규정했다.
카메라와 인터넷(노트북컴퓨터)을 들고 현장으로 뛰어가는 ‘BJ라쿤’과 같은 개인방송이나, 갱년기에 접어들어 삐걱거리기 시작한 낡은 인생에 블로깅으로 윤활유를 쳤다는 ‘이요조’와 같은 블로그도 내일의 방송이자 미디어로 부양했다. 수신에서 송신으로, 소비에서 생산으로 미디어판이 새롭게 짜이고 있다는 것.
돋보기 아래에 디지털 케이블TV, 인터넷(IP)TV 등 신문·방송·통신 간 경계가 무너져 융합하는 현상이 놓였다. 그렇다고 ‘방송 더하기 통신이 IPTV’라거나 ‘신문 더하기 방송이 디지털 케이블 TV’라는 등 부러질 듯 딱딱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필자 스스로 밝혔듯 “선배가 후배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거칠고 가혹하나 언제나 현장에 있기를 꿈꾸는 기자, 즐거운 상상과 치열한 실험이 분출하는 예능 PD, 영향력이 있으나 가장 상처받기 쉽다는 아나운서 등 기존 미디어 속 사람들이 꿈을 단련해가는 과정도 담았다. 부제목의 ‘HBS’는 이상적인 미래 개인방송을 뜻한다. 1만3000원.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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