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통사업자들이 정보료와 통화료가 결합된 통합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과다한 요금 부과의 두려움으로 이용을 꺼리던 중장년층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10대와 20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무선데이터 사용이 이제는 30, 40대까지 넓어지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무선데이터를 즐겨 활용하는 30대 중반 직장인들 증가하고 있다.
분당 정자동에 사는 김모씨(37세)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회사까지 매일 아침 6시 40분께 좌석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무선데이터 정액요금 상품에 가입한 김씨는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으로 무선데이터 서비스에 접속해 만화, 영화 등을 자주 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어릴 때 재밌게 봤던 추억의 만화 ‘번데기야구단’을 휴대폰으로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날은 번데기야구단 만화 전체 33화 가운데 전날 봤던 부분에 이어서 15화부터 20화까지를 쭉 보고 나니 버스가 벌써 한남대교를 건너는 게 보인다. 김씨는 다시 휴대폰으로 뉴스 카테고리에 들어가 아침 뉴스에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훑어보고는 회사에 도착해 아침 일과를 시작한다.
저녁 퇴근길에 다시 버스를 탄 김씨는 이날 마침 업데이트된 최신영화를 한편 보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서비스 중인 로맨틱코미디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를 이어폰 꽂고 보다가 웃음이 터져나와 옆자리 승객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지만 1시간 동안 영화를 보다 보니 어느새 분당 정자동에 도착했다.
김씨는 “몇 달 전 근무지가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바뀌어 통근 길 무료한 시간 동안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자주 이용했는데 한 달에 15만원 가량 요금이 나와 아내한테 혼난 다음부터는 데이터 정액요금을 가입해 쓰게 됐다”며 “월 1만원에 만화, 영화, 뉴스,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아주 흡족하다”고 말했다.
남양주 호평동에 거주하는 선모씨(34세)는 직장은 서울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경기 분당에 있는 본사 업무 회의에 참석한다. 선씨는 주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 판교IC를 통해 분당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이용한다. 본사 회의가 잡힌 이날, 출발 전에 라디오에서 외곽순환도로 쪽이 정체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휴대폰 무선인터넷을 접속한다. ‘CCTV교통’ 메뉴로 수도권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 상황을 실시간 CCTV 영상으로 직접 확인한다. 다행히도 이날 강변북로와 분당수서 간 도로는 교통 흐름이 원활한 편으로 나온다.
오전 회의를 마친 선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식 시세를 알아보려 다시 휴대폰을 꺼낸다. ‘증권’ 메뉴를 클릭해 보니 최근 관심종목으로 등록해 놓은 A사와 B사의 주가가 오전 동안 전날보다 5% 이상 오르는 중이다.
선씨는 “과거에는 PC를 통해서만 주식 거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외부에 나가 있거나 이동 중일 때는 어쩔 수 없이 거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CCTV교통정보나 증권 거래, 뱅킹 등의 생활 서비스는 별도로 한가지씩 가입해도 되지만 1만원짜리 데이터 정액제를 쓰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데이터 정액제를 쓰는 게 훨씬 유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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