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디지털교과서] (하)수요자 중심 U러닝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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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오산에 있는 대원초등학교 5·6학년 3개 반 학생들은 요즘 태블릿PC로 수업을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웹에 연동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연관 자료를 찾아볼 수 있어 편리하다. 게임·채팅 등 오락을 위해 쓰던 PC를 학습에 활용하니 수업도 즐겁다.

 하지만 디지털교과서 확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이전보다 업무량이 대폭 늘었다. 학생들의 태블릿PC를 수시로 점검해 줘야 한다. 디지털교과서 내의 방대한 학습 자료를 바탕으로 미리 수업 준비를 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이 학교에서 1년간 연구학교를 운영해온 박경애 교사(연구부장)는 “디지털교과서가 교사의 업무를 줄여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새 매체다 보니 훨씬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며 “PC를 직접 포맷해줘야 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또 “아무래도 PC다 보니 중간에 인터넷 접속이 끊기거나 프로그램이 멈추는 일도 있고 특히 계속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았다”며 “무선 기반이다 보니 배터리가 휴대폰과 유사한 수준인데 새 배터리 교체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는지도 고민거리”라고 덧붙였다.

 디지털교과서는 교육 환경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국가 사업이다. 그렇지만 교사·학생 등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05년 KT가 주축이 돼 2년간 추진했던 ‘u러닝연구학교’는 태블릿PC와 PDA에 학생들의 불만이 많아, 말 그대로 ‘실험’으로 끝났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정광훈 디지털교과서팀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현장 교사들의 요구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라며 “단말기 기능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이것도 많이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또 “현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찾았다고 해도 실제 서비스에 들어가는 것은 수년 후기 때문에 급속히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 요구를 끊임없이 반영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KERIS가 담당하는 디지털교과서 관련 업무는 지나치게 방대하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의 연착륙을 위해 교과부 외에 유관부처의 협력이 절실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난 2007년 디지털교과서 사업 초기 범부처 차원의 디지털교과서사업단이 발족했지만 활동은 사실상 전무하다. KERIS 측은 “부처별로 자신의 업무에 매몰되다 보니 타 부처 사업에 관심이 없다”며 “개별 업무 단위로 지경부·문광부 등이 이 사업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혁신을 가져다줄 디지털교과서 사업이 수요자 만족과 시장 확대, 정책 성과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시범 서비스 기간에 철저한 수요 조사와 범정부 차원의 협력, 민간·공공 부문의 시너지 창출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교과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성우 숭실대학교 평생교육학과 교수는 “ICT 활용 교육에서 ‘e러닝’ 교실로 바뀐 지 3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다시 u러닝, 디지털교과서로 간다고 하니 교사들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다”며 “정부가 학교 현장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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