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물류 기업인 범한판토스는 전사적으로 IT 기반의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물류 기업으로서 IT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잘 활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표이사가 직접 강력한 리더십으로 IT 기반의 이노베이션을 독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게다가 특이하게도 이 회사에서는 IT부문인 업무혁신담당을 지원 조직이 아닌 영업부문과 함께 움직이는 프론트엔드 조직으로 분류하고 있다. 고객에게 제안을 할 경우 IT부문의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여성구 범한판토스 대표는 “물류 기업에 IT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도구이자 전략”이라며 “IT를 잘 활용하면 물류업무의 표준화, 자동화, 무서류화를 통해 물류속도를 개선하고 획기적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범한판토스는 올해 글로벌 싱글 윈도 개발 및 운영, 고객 전사적자원관리(ERP) 내 물류모듈 개선 등 최적의 물류 IT 시스템과 공급망관리(SCM) 인프라를 구현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사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물류 업계 최초 GSI ERP 구현=범한판토스는 지난달부터 국내 물류기업 최초로 35개국 83개 법인의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GSI) ERP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여 대표는 “GSI ERP 구축을 통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고객들의 GSI 전환에 따른 효과적 대응과 글로벌 적시 경영정보 대응을 위한 표준화 및 통합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통합 시스템 환경 조성으로 결산 일정을 단축하고 신속한 데이터 취합 및 정보 생성으로 글로벌 톱10 물류기업으로 진입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여 대표는 “특히 이를 통해 화주는 물류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고, 범한판토스는 글로벌 업무 가시성을 얻을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GSI 프로젝트는 △글로벌 프로세스 표준화 △기준정보 일원화 △애플리케이션 통합의 세 축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범한판토스는 내년 8월까지 1년간에 걸쳐 글로벌 프로세스와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통해 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 혁신에 주력할 방침이다. 여 대표는 “GSI ERP 구축을 통해 범한판토스 본사와 해외법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관리하고 관리 인원 감소, IT 중복투자 절감, 법인간 내부 시스템 연계 비용 절감 등 업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연 5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해외 물량 수주가 더 활발해질 것인 만큼 GSI ERP 구축에 따른 재무적 성과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싱글 윈도로 가시성 확보=물류 기업이 물류 정보 전반에 걸쳐 가시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싱글 윈도를 확보해야 한다. 범한판토스는 글로벌 싱글 윈도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글로벌 싱글 윈도 데이터 허브인 맞춤형 통합화물추적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총 35개국 83개 법인과 해외 각지 50여개 선사 및 17개 항공사, 30여개 운송사와 연계돼 있다. LG전자의 미주지역 물류 허브에 이어 최근 완공된 아시아 지역 물류 허브도 운영 중이며 올해 말까지 LG전자 해외 법인을 대상으로 국제 운송구간에 글로벌 싱글 윈도 시스템 적용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고객의 다른 포워더 및 3자물류(3PL) 업체가 운송하는 영역에 대한 트래킹 데이터도 통합해 제공하는 물류 트래킹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여 대표는 “글로벌 싱글 윈도 시스템은 콘테이너 단위가 아니라 제품 모델별로 공급망부터 출하, 선적, 보관, 판매망 창고 운송까지 세분화해 가시성을 제공해 준다”면서 “콘테이너별 운송 중 재고 관리, 제품 모델별 재고 보유일수 관리, 예정시간 미 도착시 자동 알람 기능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준의 물류 가시성을 확보한 만큼 적기 운송이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고객사의 해외 현지 영업과 판매에 기여하고 있다고 여 대표는 강조했다.
범한판토스는 내년에 싱글 윈도 시스템을 해외법인의 창고관리시스템(WMS)과 운송관리시스템(TMS) 등의 영역으로 확대 구축하고 글로벌 제품·모델별 물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대시보드도 구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가시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여 대표는 “화물의 도착 예정 정보에 대한 정확도가 97%를 넘는다”면서 “이는 물류업계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컨설팅 포함한 토털 솔루션 제공=범한판토스는 고객사의 ERP 내 물류모듈을 최적화하는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수출입 업무의 주문, 출하·통관, 선적 및 네고, 채권관리, 구매, 대금결재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서류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ERP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여 대표는 “업무속도 개선, 데이터의 정확도 향상, 비용절감으로 수출입 업무를 표준화 및 자동화해 물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선적요청서(S/R), 선하증권(B/L), 상업송장(C/I), 포장명세서(P/L), 계산서 등 물류에 필요한 서류들을 자동화해 전자문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공식 서비스에 들어간 ‘글로벌 선적서류관리통합시스템’을 통해 해상 및 항공 국제운송에서 발생하는 B/L 서류와 고객이 제출하는 C/I, P/L 등을 인터넷 상에서 한데 묶어 월 20만 건에 이르는 선적서류를 수출입 법인간 실시간 공유하도록 하기도 했다. 전세계 고객들이 수출입 화물 서류를 선적하자마자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 만큼 선적지 서류 업무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여 대표는 말했다. 또 이 시스템을 범한판토스의 기간계 시스템과 연동해 선적서류 생성과 동시에 자동 이미지화해 보관함으로써 문서 출력 및 사용자 수작업 업무를 대폭 줄였다. 월 20만장의 선적서류 무서류화를 실현해 연간 240만장의 종이를 절감했다. 해외 서류 발송 비용을 산정한 결과 연간 20억원 이상의 서류 발송비가 절감되고 업무 자동화로 연간 5억원 이상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근에는 항공선적 무서류화를 위한 이-프레이트(e-Freight) 프로젝트도 수행해 세계 최초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e-Freight 인증을 획득했다. 포워더, 항공사, 세관이 공동으로 항공화물운송장, 적하목록, 항공사 창고 반입운송장 등 항공 화물문서를 출발주 화주로부터 포워더, 항공사, 도착지 세관의 사본 통관까지 페이퍼리스화 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여 대표는 “최근 IT를 통한 물류 서비스가 운송, 하역, 통관, 보관에서 전략적 재고관리, 가공, 화물 추적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IT는 물류기업의 경영전략이자 마케팅의 핵심 도구”라고 강조하며 “특히 SCM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지능형 공급망 가시성 시스템과 생산·금융·무역 등과도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 물류관리시스템 구축이 물류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한판토스는 자사의 IT 경쟁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앞으로 국제특송, 벌크운송, 창고운영, 국내외 트래킹, 통관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확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녹색물류 인증 취득, 정부, 학회, 기업간 협업체제를 통한 녹색물류 활성화 방안 마련 등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및 유럽을 주축으로 무역과 물류에 대한 보안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ISO28000 물류보안인증 취득도 준비하고 있다.
◆여성구 대표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럭키엔지니어링 재경담당 이사, 럭키화학 재경담당 전무직을 수행했다. 1996년부터 LG상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00년부터 LG전자 정보통신부문 지원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LG투자증권 CFO 겸 부사장으로 재임했으며, 2002년부터 범한판토스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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