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은행이 사업자 선정을 완료함에 따라 올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장도 마무리됐다. 예년에 비해 대형 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은 발주되지는 않았지만 하반기에 사업자를 선정한 수협과 대구은행으로 여전히 시장은 뜨거웠다. 반면 당초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부산은행이 연내 사업발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기대했던 시장 규모는 다소 줄어들었다.
◇올해 은행권, 수협·대구은행 놓고 한판=올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장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장기정보화전략(ISP) 수립에 나선 수협은행이 6월 말 본격적으로 사업자 선정 작업을 착수했다. 당시 1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수협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주사업자 경쟁에서는 국대 대표적 IT서비스업체인 삼성SDS와 LG CNS가 맞붙었다. 삼성SDS와 LG CNS는 금융IT시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과거 금융IT 강자였던 한국IBM을 밀어내고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따라서 두 업체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었다. 결국 수협은행은 한달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제안업체 평가를 거쳐 LG CNS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첫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이자 가장 큰 규모였기 때문에 각 업체에게 의미가 컸다. LG CNS에게는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삼성SDS에게는 시장에서 험난한 싸움을 예고하는 사업자 선정이었다.
이어 오랜 기간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왔던 대구은행이 검토 5면만에 지난 8월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당시 제안요청서(RFP)를 받은 업체는 국내 IT서비스업체 빅3인 삼성SDS, LG CNS, SK C&C를 비롯해 한국IBM, 티맥스소프트 등 5개 업체다. 이중 삼성SDS와 SK C&C·티맥스소프트 컨소시엄이 실제 제안에 참여했다.
삼성SDS는 농협 이후 은행권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주춤했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은행권 국제회계기준(IFRS)시스템 구축 시장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해 대구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 수주가 절박했다. SK C&C는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은행권 차세대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IFRS 사업을 꾸준히 수주해 은행권 차세대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상태였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대구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해야 할 필요성이 높았다. 티맥스소프트는 은행권 차세대 주사업자 시장 진출보다는 프레임워크 공급이 주 목적이었다.
대구은행은 이례적으로 사업자 선정 기간을 단축시켜 제안서 접수 마감 후 보름만에 주사업자를 삼성SDS로 선정했다. 대구은행으로서는 오는 2011년 완료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삼성SDS는 400억원 규모의 대구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수주하게 됨에 따라 은행권 차세대 시장에서 재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국IBM은 올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사업 제안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협, 대구은행 모두로부터 RFP를 받긴 했지만 제안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한국IBM이 이제는 시스템통합(SI) 사업보다는 하드웨어(HW) 판매에 주력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흘러 나왔다. 이에 대해 강석영 한국IBM 금융사업본부 전무는 “특정 영역에 주력하기 위해서 차세대 SI사업에 제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 “단지 현재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동부화재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리소스 관리 차원으로 올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 제안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장은 주사업자 경쟁 뿐 아니라 프레임워크 공급 경쟁도 치열했다. 특히 티맥스소프트와 큐로컴간의 경쟁은 점입가경의 수준이다. 두 업체는 현재 프레임워크 솔루션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앞서 공급업체를 선정한 수협은행은 큐로컴의 ‘뱅스’를 선택했다. 대구은행은 이달 중 프레임워크 솔루션 공급업체 선정에 나설 방침이다.
하드웨어 경쟁은 이미 수협, 대구은행 모두 유닉스로 전환하기로 밝힌 상태여서 유닉스 제품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HP와 한국IBM간의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앞서 유닉스로 전환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농협과 하나은행에는 각각 한국IBM과 한국HP가 서버를 공급했다.
◇내년, 대구·산업은행 차세대에 관심 =대구은행이 최근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을 완료함에 따라 올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은 모두 발주된 상태다. 따라서 IT업체들의 관심은 내년 상반기에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은행에 집중되고 있다. 대구은행과 함께 5년전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검토했던 부산은행은 올해도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본격화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를 넘기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부산은행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환경은 급변하는 반면 기존 시스템은 타 은행 대비 너무 낙후돼 새로운 상품개발 등 비즈니시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부산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하반기에는 산업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은행은 지주사 출범에 따른 IT전략을 마련하면서 지난 2000년 초에 구축한 주전산시스템에 대한 재구축 방안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착수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빅뱅 방식은 아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계적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행도 빅뱅 방식보다는 단계적 방식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고일영 기업은행 부행장은 “차세대시스템 리뷰 조직을 신설해 연말까지 현재 운용 중인 차세대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향후 차세대시스템을 재구축 한다 하더라도 현 시스템이 모듈별로 업그레이드하기 용이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빅뱅방식이 아닌 단계적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IT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삼성SDS와 LG CNS 모두 추가로 발주되는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각각 대구은행과 수협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하게 되지만 내부적으로 추가 사업을 수주할 여력은 남아 있는 상태다. 게다가 은행권 차세대 시장 진출을 최대 목표로 두고 있는 SK C&C와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을 막바지에 두고 있는 한국IBM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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