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입사 21년째를 맞는 조오기 세방그룹 상무는 대한선조를 거쳐 1988년에 경력직으로 세방에 입사했다. 2007년 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로 발탁되기까지 조 상무는 세방그룹의 크고 작은 IT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특히 CIO가 되기 직전 정보기술팀장 시절 수행한 13개 그룹사의 IT 통합 프로젝트는 조 상무의 능력을 한껏 발휘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물류 전문 세방기업과 제조기업인 세방전지, 세방산업, 세방익스프레스 등 특성이 다른 여러 계열사의 수 많은 정보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세방그룹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계열사마다 각기 분산돼 있던 IT조직과 인력을 하나로 통합해 지금의 그룹 정보기술실을 만들었다.
◇페이퍼리스 통한 업무 효율화 중점=계열사 통합 프로젝트 완료 직후 그룹 정보전략을 이끄는 첫 CIO가 된 조 상무는 그룹사의 모든 IT 시스템을 웹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에 돌입했다.
주문·입고 처리 등 주말 업무을 가리지 않는 물류 기업의 특성상 많은 직원들이 휴일에도 반드시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해야 했던 것이다. 조 상무는 이같은 주말 출근이 사내에서만 업무가 가능한 클라이언트/서버 환경 때문이라고 판단, 불필요한 휴일 출근을 줄이고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웹 기반으로 업무 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했다.
또 물류 업무의 페이퍼리스(Paperless)화를 통한 신속한 업무 처리와 자원 절감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7년 선하증권(B/L)의 발급 및 유통을 전자화하는 e-선하증권(B/L) 유통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이어 이어 e-화물인도지시서(D/O)와 e-전자수납(TB) 프로젝트를 통해 수출입화물 인도 및 인수업무를 위한 모든 문서를 전자화했다. 수납, D/O, 운송요청, 화물인도동의서 등 주요 문서작업을 온라인상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종이소모를 줄이고 상호 방문에 따른 교통비와 시간소모 등을 없애고 있다.
조 상무는 “수납부터 D/O 발급 및 운송신청에 따른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해 화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물류 경쟁력도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케이티넷과 협력해 추진된 e-D/O 시범 프로젝트는 2007년 완료됐으며, e-TB 시범 프로젝트는 오는 10월 최종 완료를 앞두고 현재 보관과 운송 부문에만 실제 적용해 구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화주와의 상호 방문, 전화, 팩스, 우편 없이 전자적으로 청구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또 별도의 은행접속 없이도 즉시 결제가 가능해져 관련 세금계산서와 입금증도 전자적으로 발급 및 수취가 가능해진다.
◇화물에 대한 가시성 제공 총력=실질적인 업무 효율화에 관심이 많은 조 상무는 3만4000개의 화주 중 제일모직, 삼성테스코, 하이마트 등 대기업 50∼60개 회사와 시스템 연결을 통한 가시성 제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해 화물의 주문, 배차, 보관 등에 대한 실시간 가시성을 확보해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경 프로젝트를 완료할 예정이다. 올해는 창고관리를 위한 에프이비에스엔씨의 비저빌리티(Visibility) 솔루션을 도입해 세방과 시스템이 연결된 화주들에게 실시간 물류 트래킹 정보를 제공하고 컨테이너야드의 재고 현황을 3D 화면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상무는 “IT를 활용함으로써 물류 흐름의 실시간 정보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각화된 이미지를 제공해 공급망관리(SCM)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가시성 제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실제 IT가 없으면 물류 흐름 자체가 단절된다”고 물류 산업에서 I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최근 물류를 위탁하는 많은 기업들이 화물에 대한 물류 가시성을 원하면서 IT를 활용한 물류 트래킹 정보 제공 능력은 물류 IT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지속된 경제 위기의 여파로 물류 업계의 영업난이 가중되면서 세방도 지난해부터 비용절감을 위한 아웃소싱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쌍용정보통신 등에 네트워크 부문을 아웃소싱하는 등 특히 비핵심업무에 대한 아웃소싱과 대외 사업부문에 대한 외부업체와의 공동 개발을 적극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인력 효율화를 통해 허리띠를 졸라 매왔다. 이러한 아웃소싱화와 내부 인력 감축으로 인해 올해 세방의 IT 인건비만 7억원 가량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조 상무는 모든 산업의 혈맥 역할을 하는 물류 업계에서 IT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물류 업계에서 IT의 중요성이 높아진 반면 제조, 금융 등 타 산업분야에 비해 실제 IT에 대한 인식이 가장 열악한 부문이 또 물류 업계”라며 “인식 제고를 통한 IT 선진화가 시급한 분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56세인 조 상무는 올 하반기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등록하며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IT 전문가가 드문 물류 업계인 만큼 지금껏 쌓아 온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지적 역량을 더 쌓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평소 꾸준한 집필 활동으로 다수의 물류 IT 관련 논문을 집필하기도 한 조 상무는 현재 전자무역 관련 논문 작성에도 한창이다.
■ 조오기 상무는
대한선조를 거쳐 1988년에 세방에 입사한 후 정보기술팀장을 거쳐 2007년 세방그룹의 CIO로 발탁됐다. 올 하반기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등록해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지속적인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물류 IT와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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