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품질에 의해 결정되는 수율은 수익으로 직결된다. 이를 위해 인라인, 프루브, 패키지 공정에 이어 패키지 테스트를 마칠 때까지 수 천개의 공정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업계 최초로 구축한 통합품질분석시스템은 이처럼 종합적인 품질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수율 향상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하이닉스의 통합품질분석시스템은 품질 고도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래의 생산량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분산된 환경에 대한 ‘통합’ 필요성 대두=하이닉스가 처음 통합분석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분산된 분석 환경에 대한 통합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분석시스템이 산재해 있는 경우 불량을 야기시키는 각각의 원인들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철수 하이닉스 정보자동화팀 부장은 “불량 원인들간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또 빠르게 차단해야 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목표 하에 시스템 개발에 돌입하게 됐다”고 통합품질분석시스템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팹-프루브-패키지-테스트로 이어지는 반도체 공정 전반의 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데, 관련 분석시스템들이 분산돼 있었던 만큼 데이터 정합성, 중복성의 문제가 수시로 도출됐다. 실제 각각의 원인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2차, 3차 원인이 되지만 이를 제대로 분석하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웨이퍼의 대형화와 제품의 미세화로 인해 분석해야 할 데이터량이 많아지고 더 많은 분석 시간이 필요해진 것도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높였다. 300㎜ 등 웨이퍼의 대형화와 칩 회로의 미세화로 단위 로트(Lot) 당 발생 데이터 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이터 상호 연관성에 의한 불량원인의 효율적 분석이 절실히 필요해진 것이다.
◇7스텝 방법론 따라 자체 개발 돌입=2007년 4월, 제조 공정 부문별 핵심 엔지니어들과 정보자동화 부문이 머리를 맞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통합품질분석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하이닉스의 자체 시스템 개발방법론인 7스텝(기획-계획-분석-설계-개발-테스트-이행)에 따라 개발이 진행됐다. 기획·계획 단계에서는 비즈니스와 IT 관점에서 투자의 당위성과 예상 효과를 철저히 파악했다. 기존 시스템과 구축할 시스템간 차이를 분석하고 좋은 상용 솔루션의 벤치마킹 작업을 통해 최적의 시스템 이미지를 도출해내기도 했다.
분석·설계 단계에서는 제조 공정의 품질 분석업무와 관련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표준화했다. 또 개발 프레임워크를 설계하고 기존 분석 기능을 통폐합하는 한편 신규기능을 설계해 개발 및 운영 환경 구성에 돌입했다. 이후 본격 개발에 돌입해 분석 포털 구성, 분석 워크플로, 통합 리포트 구현, DB 모델링과 데이터 통합 적재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 이행 단계에서 산출물 관리와 사용자 교육과 홍보를 진행했으며 병행 운영되고 있던 개별적 단위 분석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제거하기도 했다. DBMS는 IBM의 DB2, 마이닝/올랩 툴은 이큐브(ECUBE), ETL툴은 파워센터(Power Center)를 도입했다.
2007년 말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이후 2008년에는 수집 데이터를 확대하는 한편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추가 개발이 진행됐다. 박 부장은 “시스템 구축 이후 엔지니어들의 공통된 요구사항을 DB화한 이후 ‘지능형 헬프툴’을 개발했다”면서 “어떤 경우에 어떻게 시스템을 활용해 가장 좋은 분석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사용안내를 매뉴얼화해 단기간에 고급 품질분석 엔지니어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율 높아지고 분석시간 줄어=통합분석시스템 구축 이후 모든 단위 분석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들이 하나의 통합 DB에 모인다. 이 데이터들이 표준화된 값으로 변환되고 체계적인 모델링을 거친 후 통합적이고 수직적인 품질 분석작업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분석 수준이 높은 엔지니어의 분석 기법을 시스템에 녹임으로써 갓 입사한 신입 사원과 공장을 옮긴 엔지니어도 이 시스템을 통해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빠르게 얻어낼 수 있게 됐다.
박 부장은 “기존 생산정보 시스템, 장비 데이터 수집 시스템, 실시간 장비 결함 검출 시스템, 수율 분석 시스템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적재한다”며 “기간 시스템에서 데이터 변경이 발생하는 순간 품질 데이터 웨어하우스에 반영돼 사용자가 즉시 변경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는 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 변경에 의거한 조기경보체제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하이닉스의 130개팀 2200여명의 사용자가 이 시스템을 활용해 품질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박철수 하이닉스반도체 정보자동화팀 부장]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시스템 구축 이전에 자체 구축과 상용 솔루션 도입을 두고 한 때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논의가 거듭될수록 자체 구축에 대한 의지가 높아졌다.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30억원에 달하는 솔루션을 몇 개씩이나 구입해야 했지만 우수한 엔지니어들의 역량을 결집하면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자체 개발에 돌입하게 됐다.
--시스템 구축 효과는.
제품 품질 또는 공정 문제 발생시 분석 시간을 평균 24시간 이상 단축했다. 빠른 문제 파악에 따른 웨이퍼 로스율 감소로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액 증대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스템 사용으로 전 엔지니어의 분석 능력이 상향평준화된 것도 큰 효과다. 이 결과물들을 토대로 같은 시간 안에 보다 심층적 분석이 가능해졌다.
--추가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 시스템으로 도출된 분석물들을 모아 ‘공정품질 대시보드’를 개발 중이며 완료를 앞두고 있다. 분석을 수행하지 않고도 더 빠르게 분석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결과물들을 토대로 미래 불량률과 생산량까지 예측하는 ‘예측 엔진’을 올 상반기부터 개발해 내년 상반기에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100개를 투입하면 90개가 나온다’는 식의 생산량 예측이 가능해지면 고객과의 협상에서도 보다 신뢰성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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