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기술계와의 약속을 지켰다. 정부는 2010년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대비 10.6% 늘린 13조6000억원으로 확정했다. 2012년까지 R&D 예산을 2008년 대비 1.5배 확대하는 내용의 중기 재정계획도 제출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국가 R&D 예산은 백년대계인만큼 매년 10% 이상씩 늘려가겠다는 공약을 지켰다.
R&D 예산 증액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서민층 구제나 전작권 환수를 앞두고 있는 국방, 내수 부양과 관련된 SOC 예산 등 돈 쓸 곳은 사방에 널려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위기 극복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R&D 예산을 늘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 일본과 비교해 여전히 수십 분의 1 규모로 적지만 어쨌든 약속을 지켰다. 이제 과학기술계도 화답할 때다. 추격형에서 창조형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가 앞다퉈 다루는 녹색 기술 분야에도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선진국과의 예산 규모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효율화라는 과제가 놓였다. 미래의 큰 과실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씨앗도 뿌려야 한다.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의 3개 기관을 통합해 지난 6월 말에 출범한 한국연구재단이 곧 100일을 맞는다. 국가 R&D의 효율적인 관리와 선진화를 위해 출범한만큼 자생분인 풀뿌리 연구 지원부터 국가 중점과제 선정까지 막중한 책무가 맡겨졌다. 2조6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은 현재를 희생하면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조성된만큼 한푼도 허투로 쓰여서는 안 된다. LCD·D램·TV·조선 등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기업은 1위를 달린다. 과학기술계도 이 같은 신화를 내놓을 차례다. 한국연구재단은 신화를 만들 준비가 돼 있는가.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